<특검 수사·헌재 탄핵심판>憲裁 “朴출석 위한 변론기일 따로 안잡아”

“22일까지 출석여부 알려달라”
김기춘·고영태 등 증인 취소
방기선 “朴대통령 말씀자료에
삼성 후계 승계 내용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20일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 측의 요구를 신속하게 정리, 탄핵 심판 일정과 관련한 막판 변수를 최소화하려는 기류다. 헌재는 이날 15차 변론기일에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의 증거 불채택 △24일 예정된 최종 변론기일의 확정 여부는 22일 재판에서 결정 △최종 변론기일 확정 뒤 박 대통령의 출석을 위한 기일은 새로 잡지 않겠다는 방침 등을 밝혔다. 이 같은 점에 비춰 볼 때 헌재가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전에 탄핵심판을 선고하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방기선 전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실 행정관은 2015년 7월 박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독대할 당시 청와대의 ‘말씀 자료’에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진술했다. 다만 해당 내용은 청와대 행정관이 ‘임의적’으로 작성한 것일 뿐, 실제로 박 대통령이 해당 내용을 이 부회장에게 말했는지는 모른다고 답했다. 방 전 행정관은 2015년 말씀 자료에 “삼성그룹의 위기는 대한민국의 위기이므로 지배구조가 조속히 안정화되어 삼성그룹이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를 위해 매진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람”이란 구절이 있었다며, 이는 자신이 아닌 윤모 행정관이 작성한 문장이라고 말했다. 또 방 전 행정관은 “박근혜정부 이전에는 대기업 총수 단독 면담을 앞두고 대기업별 현안 관련 말씀 자료를 만든 적은 없다”며 “그간 청와대에서 한 적이 없어 각 대기업의 현황과 애로사항 등이 담긴 자료 양식을 본인이 처음 작성했다”고 말했다.

또 방 전 행정관은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관련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통해 “비밀리에 추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증인 소환됐지만 불출석한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는 증인 취소됐으며, 대통령 측이 추가 신청한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대한 증인 채택도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박 대통령 측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20일 정기승(89) 전 대법관과 장창호(73) 변호사 등을 추가로 영입하며 ‘막판’ 심리를 대비하고 나섰다. 대법관을 지낸 변호사가 이번 탄핵심판에 투입되는 것은 정 전 대법관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 측은 탄핵 심판 막바지에 헌법재판관 출신 이동흡(66) 변호사, 김평우(72) 전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등 법조계의 원로들을 대거 영입하며 탄핵 심판에 대응하고 있다. 정 전 대법관은 이날 헌재에 선임계를 제출하고 15차 변론기일에 참석했다.

이후연·김현아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