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안희정의 ‘선한 의지’ 발언조차 수용 못하는 증오政治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의 한 사람인 안희정 충남지사의 ‘선한 의지’ 발언이 뜻밖의 비판에 봉착했다. 안 지사는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선한 의지로 좋은 정치를 하려고 했는데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아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르·K스포츠재단과 4대강 개발을 비판하면서 나온 발언인데, 박 대통령에 대해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대기업의 좋은 후원금을 받아 잘 치르고 싶었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안 지사 발언이 중도층을 겨냥해 계산된 발언인지 알 수 없지만 ‘상식’에 속한다. 정책 자체에 대한 논란과 찬반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대통령이 ‘악한 의도’를 갖고 시작했겠는가.

야권에서 ‘박근혜 옹호’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분노가 빠져 있다”면서 “뜨거운 분노가 있어야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안 지사는 “계산된 말도, 실수도 아닌 제 마음속에 있던 말”이라며 “모셨던 분(노무현 전 대통령)이 떨어져 돌아가신 뒤 들었던 심정”이라고 했다. 또 “지도자의 분노란 그 단어만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피바람이 난다”고도 되받았다.

지금 한국 사회는 탄핵을 둘러싸고 내전이라고 할 정도의 국론 분열에 직면해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편향이 심각하다. 탄핵 여부 심판 이후는 물론 차기 대통령 취임 이후에 더 심각해질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정치인은 통합을 지향하는 게 옳다. 그럼에도 분노를 부추기며 국가 대청소와 기득권 타도를 외치는 ‘증오의 정치(政治)’가 판친다. 안 지사의 합리적 발언조차 수용 못하는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걱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