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법치 허물려는 세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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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다가오면서 탄핵 찬반 세력의 대립과 갈등도 점차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최종 변론기일을 24일로 정했던 헌재가 22일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3월 2∼3일로의 연기 요청을 받아 마지막 변론기일을 27일로 연기했지만 탄핵심판 선고는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퇴임일인 3월 13일 이전에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탄핵 인용을 주장하는 ‘촛불 세력’과 탄핵 기각을 요구하는 ‘태극기 세력’은 이번 주말 집회에 참가자를 늘리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집회 참가자가 많을수록 대통령의 탄핵 인용과 기각이 결정되는 양 세 확산에 열을 올려 왔다. 또 험한 용어를 누가 더 많이 사용하느냐에 따라 탄핵이 이뤄지거나 무산된다고 생각하는 듯 ‘처단’ ‘혁명’ ‘폭동’ ‘내란’ ‘시가전’ 등 살벌하기 그지없는 말을 마구 내뱉고 있다.

지금 상태면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양 진영의 대대적인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양 진영에서 분신과 투신이 각각 한 차례씩 발생한 바 있어 자칫 대형 불상사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 사무실 앞에서 ‘특검 반대’ 시위를 펼치던 태극기 집회 세력이 박 특검과 이규철 특검보 입간판의 목을 매단 채 시위를 펼쳤고 대구에선 유승민 의원의 입간판 화형식도 있었다. 태극기 세력의 도를 넘는 집회 행태는 탄핵 인용 가능성이 커지면서 초조감이 반영된 측면도 있지만, 촛불이 태극기 세력의 과격 시위를 끌어낸 책임도 있어 보인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에도 촛불 시위를 멈추지 않고 헌재의 탄핵 인용을 압박하는 구호를 외치고 사드 배치 반대,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석방, 개성공단 재개 등 안보와 이념에 관한 문제까지 건드리자 보수 세력의 집회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

이제라도 촛불과 태극기 세력은 시위를 자제해야 한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헌재 판결을 겁박하는 것으로 비치는 행태만큼은 중단해야 한다. 특히 촛불 세력은 탄핵 찬성 여론이 80%대였고,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이 찬성해 가결되는 등 일방적으로 우세한 상황인 만큼 먼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법의 심판에 맡겨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데 굳이 위력 시위로 승리했다는 오명을 얻을 필요가 있을까. 태극기 세력도 계엄령 선포, 국민저항 같은 과격한 선동은 멈추고 헌재 판결을 기다려야 한다.

헌재 앞에선 오래전부터 탄핵 찬반 세력이 시위를 벌이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쪽으로 평결을 내려달라며 헌법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있다. 사법적 판단이 누가 더 시위군중이 많은지에 따라 달라진다면 민주국가도, 법치국가도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법치주의이고 사법권 독립이다. 사법적 판단이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반(反)해 권력자나 군중의 의지에 따라 결정된다면 이미 민주주의가 심각한 위기에 처한 것이다. 전체주의나 공산주의 국가는 모두 인민의 뜻을 내세워 법치주의를 유린하면서 시작됐다.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법치주의는 팽개쳐도 된다고 국민 상당수가 생각하는 순간부터 민주주의의 위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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