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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07일(火)
(1077) 52장 새질서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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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덕진구의 동창회 사무실 안, 동창회장 이응호와 총무 변기성이 나란히 앉아 TV를 보고 있다. 오전 9시 45분, 둘은 5년째 동창회장과 총무를 맡고 있다. 하겠다고 나서는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옛날에는 선거나 행사 때 동창회장이 잘 팔렸고 생기는 것도 많았지만 지금 그랬다가는 큰일 난다. 그래서 돈만 들고 귀찮은 자리가 됐다.

“야, 채널 좀 돌려 봐라.”

이응호가 말했지만 변기성은 리모컨이 옆에 있는데도 움직이지 않았다. 사무실 안에는 둘뿐이다. 10시 정각에 수복군 총사령관 김동일이 특별성명을 발표한다고 8시부터 예고 방송이 나왔다. 그래서 지금 모든 TV에서는 온갖 추측을 다 내놓고 있다.

“야, 저 평론가라는 인사들, 자격증이 있는 거냐?”

불쑥 변기성이 물었으나 이번에는 이응호가 대답하지 않았다. 변기성이 TV 화면을 응시하면서 투덜거렸다. 어느새 손에 리모컨을 쥐고 음소거를 시켜놓았다. 그래서 화면에 나온 사내 하나는 붕어처럼 입만 달싹이고 있는데 가슴에 ‘정치평론가’라는 명찰이 붙어 있다. 이응호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아, 있겠지, 그렁게 평론하는 거 아니냐? 알아듣기 쉽게 말여.”

“내 생각에는 말 빨리 허는 인사를 데려다 놓은 것 같은디.”

“그럼 니가 가보지 그러냐? 말 빨리 허잖여?”

“평론이 틀려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더구먼, 그렁게 지 멋대로 지껄여.”

“잘도 들었네.”

“센 이야기를 하는 인사가 자주 나오고, 나도 요령을 알겄더라.”

“허긴 요즘 TV에 별놈의 인사가 다 나오니께. 가관이지.”

마침내 이응호도 끌려들었다.

“TV 봉께 별놈의 제목이 많여. ‘맛이 들린다’ ‘맛있는 소리’ ‘냄새를 본다’, 뭐, 그런 거 말이다.”

“그짓말 허고 있네, 말 지어내지 마.”

“사람 끌어들이려고 별짓을 다혀.”

그때 화면에 김동일이 나타났고 놀란 변기성이 음소거를 해제했다. 10시 정각, 김동일이 똑바로 둘을 봤다.

“본인은 대마도 수복군 총사령관으로서 대한민국 대통령 각하의 지시를 받고 지금 대마도로 진군합니다.”

그 순간 둘은 동시에 숨을 들이켰다. 마침내 전쟁인가? 온갖 시나리오가 평론가들의 빠른 말솜씨로 수백 번 전파됐다. 그중에는 전쟁도 포함됐지만 이렇게 성명을 발표하고 출정한다는 평론가는 없었다. 그때 김동일이 다시 이응호와 변기성을 봤다. 당당한 표정이다.

“대통령 각하께서는 아베 총리가 제안한 대마도 상도(上島)를 대한민국이 수복하고 1년간 하도(下島) 반환 협상을 하는 조건을 수락하셨습니다.”

“옳지.”

이응호가 소파 팔걸이를 손바닥으로 두들겼다. 대마도 상도를 먼저 수복했다. 다시 김동일의 말이 이어졌다.

“대만서 본인은 수복군을 이끌고 이 성명 발표가 끝남과 동시에 대마도로 진군합니다, 여러분.”

“만세!”

갑자기 변기성이 벌떡 일어서더니 만세를 불렀다. 두 손을 번쩍 치켜들었고 두 눈도 부릅떴다.

“만세!”

이응호는 심호흡을 한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변기성의 만세 삼창의 마지막을 함께 외쳤다.

“만세!”

외치고 나니까 갑자기 눈물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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