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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1일(土)
(1081) 52장 새질서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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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시진핑이네.”

누군가 말하자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 이곳은 홍대 앞쪽의 먹자골목 안이다. 오후 11시 반, 워싱턴 시간은 오전 9시 반이 될 것이다. 부대찌개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2차로 온 취객들이다. 근처 클럽에서 1차를 했기 때문에 떠들썩하다. 그때 워싱턴의 아시아 태평양경협 정상회담장 입구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나타났다. 정장 차림의 시진핑이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 위쪽 현관 안에서 주빈국 대통령 크램프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크램프가 한 명씩 정상들을 맞는다.

“중국 황제 나가신다!”

술에 취한 40대쯤의 출판업자가 커다랗게 소리쳤다. 앞에 앉은 친구들이 웃기만 했다. 과연 시진핑은 13억 인구를 거느린 대국(大國)의 군주다웠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 시진핑이 잔잔한 웃음이 밴 얼굴로 크램프의 손을 잡았다. 크램프가 어깨를 한껏 젖혔지만 분위기는 시진핑이 낫다. 지금 식당 안에서는 그것을 평가하고 있다. 시진핑 전에 뉴질랜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정상들이 지났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때 이번에는 아베가 나타났다.

“옳지, 아베다!”

다시 누군가 소리쳤고 떠들썩했던 식당의 시선이 위쪽 TV로 모였다. 안쪽 윗부분에 TV가 걸려 있어서 사방에서 다 보인다. 계단을 올라오는 아베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다. 대마도를 ‘탈취’당한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뒤늦게 ‘대마도 탈환’ 데모가 일어나고 있다. 이윽고 계단을 오른 아베가 크램프와 악수를 나누었다. 크램프가 한 손으로 아베의 어깨를 감싸 안는 시늉을 했고 아베는 웃는다.

“좀 미안한 모양이지?”

이번에 소리친 사내는 30대쯤으로 천호동에서 이곳까지 원정 나온 자동차 판매원이다. 이번에도 앞쪽 일행이 웃기만 했다. 아베가 들어갔을 때 화면이 다시 현관을 비췄다. 서동수다. 누가 소리치지 않았어도 식당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요즘 장사는 잘된다. 한랜드가 번성하고 대마도를 수복하는 바람에 나라가 열기에 떠 있다. 어떤 시인은 나라가 ‘술에 취한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때 서동수가 계단을 올라온다. 차분한 표정, 단정한 진청색 양복 차림에 머리도 잘 손질되었다.

“잡놈같이 안 뵈는구먼 그려.”

합정동에서 철물점을 하는 40대 사내가 말했는데 앞에 앉은 일행은 웃지 않았다. 그때 계단을 올라온 서동수가 크램프에게 다가갔다. 크램프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때 식당 안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지난날 대한민국, 아니, 남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장면이 떠올랐다. 모두 당당했다. 모두 어깨를 편 채 손을 내밀었고 시선을 똑바로 미국 대통령과 맞췄다. 5000만 국민의 대표인 것이다. 기가 죽으면 국민의 기를 꺾는 것과 같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다. 모두. 그때다. 서동수가 크램프의 손을 잡았는데 왼손을 오른손목 밑에 받쳤다. 두 손으로 황송하게 잡은 것이다. 그리고 보라. 서동수가 손을 쥔 채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을 했다. 머리가 크램프의 배에 닿을 정도였다. 당황한 크램프가 서동수의 어깨를 잡으려고 하다가 말았다. 그때 허리를 편 서동수가 다시 한 번 허리를 꺾어 절을 하고는 그때야 손을 놓았다. 크램프는 당황한 표정이다. 식당 안은 조용해져 있다. 그때 어디서 울음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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