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0.19 목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3월 11일(土)
(1081) 52장 새질서 - 15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어, 시진핑이네.”

누군가 말하자 식당 안이 조용해졌다. 이곳은 홍대 앞쪽의 먹자골목 안이다. 오후 11시 반, 워싱턴 시간은 오전 9시 반이 될 것이다. 부대찌개 식당은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모두 2차로 온 취객들이다. 근처 클럽에서 1차를 했기 때문에 떠들썩하다. 그때 워싱턴의 아시아 태평양경협 정상회담장 입구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나타났다. 정장 차림의 시진핑이 붉은 카펫이 깔린 계단을 오르고 있다. 그 위쪽 현관 안에서 주빈국 대통령 크램프가 기다리고 있다. 이렇게 크램프가 한 명씩 정상들을 맞는다.

“중국 황제 나가신다!”

술에 취한 40대쯤의 출판업자가 커다랗게 소리쳤다. 앞에 앉은 친구들이 웃기만 했다. 과연 시진핑은 13억 인구를 거느린 대국(大國)의 군주다웠다. 천천히 계단을 올라간 시진핑이 잔잔한 웃음이 밴 얼굴로 크램프의 손을 잡았다. 크램프가 어깨를 한껏 젖혔지만 분위기는 시진핑이 낫다. 지금 식당 안에서는 그것을 평가하고 있다. 시진핑 전에 뉴질랜드, 스리랑카, 방글라데시 정상들이 지났지만 눈여겨보지 않았다. 그때 이번에는 아베가 나타났다.

“옳지, 아베다!”

다시 누군가 소리쳤고 떠들썩했던 식당의 시선이 위쪽 TV로 모였다. 안쪽 윗부분에 TV가 걸려 있어서 사방에서 다 보인다. 계단을 올라오는 아베의 표정은 조금 굳어 있다. 대마도를 ‘탈취’당한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것이다. 일본 국내에서는 뒤늦게 ‘대마도 탈환’ 데모가 일어나고 있다. 이윽고 계단을 오른 아베가 크램프와 악수를 나누었다. 크램프가 한 손으로 아베의 어깨를 감싸 안는 시늉을 했고 아베는 웃는다.

“좀 미안한 모양이지?”

이번에 소리친 사내는 30대쯤으로 천호동에서 이곳까지 원정 나온 자동차 판매원이다. 이번에도 앞쪽 일행이 웃기만 했다. 아베가 들어갔을 때 화면이 다시 현관을 비췄다. 서동수다. 누가 소리치지 않았어도 식당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요즘 장사는 잘된다. 한랜드가 번성하고 대마도를 수복하는 바람에 나라가 열기에 떠 있다. 어떤 시인은 나라가 ‘술에 취한 것 같다’고 했다. 이렇게 살다가 갔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그때 서동수가 계단을 올라온다. 차분한 표정, 단정한 진청색 양복 차림에 머리도 잘 손질되었다.

“잡놈같이 안 뵈는구먼 그려.”

합정동에서 철물점을 하는 40대 사내가 말했는데 앞에 앉은 일행은 웃지 않았다. 그때 계단을 올라온 서동수가 크램프에게 다가갔다. 크램프가 웃음 띤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그때 식당 안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 지난날 대한민국, 아니, 남한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을 만났을 때 장면이 떠올랐다. 모두 당당했다. 모두 어깨를 편 채 손을 내밀었고 시선을 똑바로 미국 대통령과 맞췄다. 5000만 국민의 대표인 것이다. 기가 죽으면 국민의 기를 꺾는 것과 같다.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랬다. 모두. 그때다. 서동수가 크램프의 손을 잡았는데 왼손을 오른손목 밑에 받쳤다. 두 손으로 황송하게 잡은 것이다. 그리고 보라. 서동수가 손을 쥔 채 허리를 90도로 꺾어 절을 했다. 머리가 크램프의 배에 닿을 정도였다. 당황한 크램프가 서동수의 어깨를 잡으려고 하다가 말았다. 그때 허리를 편 서동수가 다시 한 번 허리를 꺾어 절을 하고는 그때야 손을 놓았다. 크램프는 당황한 표정이다. 식당 안은 조용해져 있다. 그때 어디서 울음소리가 났다.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김정은 참수부대’ 핵잠수함 미시간호 타고 한국 왔다
▶ ‘에이즈’ 20대女 상습 성매매…“10∼20명 성관계”
▶ “사타구니 채혈 필요”···女환자 속옷 갑자기 내린 의사 유죄..
▶ 아사히 “북한, 군·비밀경찰요원에 실탄 지급 시작”
▶ 40대 의사가 실습 여학생과 술자리 뒤 성폭행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 특수작전용 ‘잠수정’ 탑재 포착英언론, 요원들 부산 입항 보도美해군 “일상적 항구방문일 뿐”작전 내용 안 알리는 게 관례수중침투용 S..
mark아사히 “북한, 군·비밀경찰요원에 실탄 지급 시작”
mark40대 의사가 실습 여학생과 술자리 뒤 성폭행
결혼 앞둔 경찰관이 대학 女후배 성폭행해 체..
“전쟁발발시 먼저 미사일 3종 동원해 北장사정..
“朴 전 대통령 눈물서 영감얻어 동상 제작했어..
line
special news 에이핑크 손나은 참석 행사장에 또 폭발물 ..
걸그룹 에이핑크의 손나은이 참여한 행사장에 또다시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제보가 접수돼 경..

line
20대女 잔혹 폭행, 숨지자 풀숲 유기한 커플 구..
범인 잡기보다 계급 따기… 경찰, 국감날 근무..
소득없어 국민연금 못낸다던 무직 34세 수입차..
photo_news
“이게 구치소 1인당 면적”…신문지 깔고 드러누운 노회찬
photo_news
누드사진·재벌과 계약결혼 러시아 패리스 힐턴 “大選 출마..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28) 60장 회사가 나라다 - 1
illust
[인터넷 유머]
mark남자가 지킬 10가지
mark분노가 치미는 인터뷰 기사
topnew_title
number “사타구니 채혈 필요”···女환자 속옷 갑자기 ..
“손님이 남긴 음식, 알바에게 먹여”…맛집 앞..
‘에이즈’ 20대女 상습 성매매…“10∼20명 성..
의붓 할아버지가 6년간… 10代 소녀 두차례..
금융기관장 인사,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이유..
hot_photo
강남역 한복판 옷가게에 승용차..
hot_photo
‘가시나’ 선미, 파리서 겨울 패션..
hot_photo
文대통령, T-50에 올라 ‘엄지척’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