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틸러슨 訪韓과 ‘中 사드 보복’ 공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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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민 한양대 교수 국제정치학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7일 한국에 왔다. 대통령 부재인 한국으로서는 이런저런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처지는 아니지만, 미국 국무장관과 반드시 나눠야 하는 몇 가지 국가 주제가 있다.

첫째는 사드(THAAD)에 대한 문제다. 주한 미군의 사드 배치가 진행됨에 따라 중국의 한국에 대한 경제 보복이 인내의 차원을 넘어 국민 분노로 치닫고 있다. 화장품 사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광 등 전방위적으로 한국 경제 옥죄기에 나서는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016년 북한의 5차 핵실험과 20여 발의 미사일 발사 실험에서 핵무기와 미사일을 결합하는 기술이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이르게 됐고, 국가 안보가 위기에 빠진 절박한 처지에서 미국의 사드 배치를 허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실험을 막아 준다면 지금이라도 사드 배치를 철회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북핵(北核)을 막기 위한 6자회담의 의장국 역할을 해 온 중국이 북핵을 막긴커녕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가 오히려 크게 늘었다. 그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순전히 방어용인 사드를 배치하자 중국은 한국을 희생양 삼아 경제 보복을 하고 있다. 도를 넘는 비상식적인 경제 보복을 보면서 중국이 한국을 뼛속 깊이 얕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확신하게 된다. 따라서 틸러슨 장관은 중국에 가서 동맹국인 한국의 경제를 고압적으로 짓누르지 말라고 강력하게 요구하는 등 사드 보복 문제를 푸는 데 큰 역할을 해야 한다.

두 번째는 북핵과 미사일 개발을 반드시 포기하도록 해야 한다. 무기 개발의 역사를 회고하면, 핵무기와 미사일은 실험을 하면 할수록 정교해지고 사거리도 늘어나게 된다. 이 사실은, 다목적 실용 인공위성을 우리 스스로 발사하기 위해 전남 고흥에서 이뤄지고 있는 한국형 발사체의 엔진 실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로켓 엔진, 즉 미사일 엔진은 계속되는 실험과 발사로 엔진 성능의 100%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북한은 이미 미사일 엔진이 일본과 미국령 괌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을 정도로 미사일 개발은 이미 성공했다고 판단되고, 미국 본토까지 핵무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정권 8년 동안 북핵과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지 못해 이제는 완성 단계에 임박했다고 평가하고,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한국과 일본에 파견했다. 이번에는 틸러슨 국무장관이 한·일·중과 양자회담을 위해 아시아를 순방하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을 생존하게 하는 막후 실력자는 중국인 만큼 북핵과 미사일 위협을 중국이 막아야 한다는 한·미·일 한목소리를 강력하게 전해야 한다.

세 번째는 굳건한 한·미 동맹이다. 불행히도 한국은 지금 대통령 궐위 상태다. 그럼에도 틸러슨 장관의 방한은 굳건한 한·미 동맹의 재확약을 대내외에 선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틸러슨 장관은 일본에서 회담을 마치고 군용기 편으로 이날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이후 휴전선을 방문, 북한과의 긴박한 대치 상황을 살펴보고 윤병세 외교장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회담하며, 북핵과 미사일 문제 그리고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 논의한다.

오는 5월 9일 치러질 제19대 대선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한·미 동맹이 훼손되는 일은 없다는 사실을 국민 모두와 국제사회에 선언하는 틸러슨 장관의 방한이 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