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保守 연대로 좌편향 대선 균형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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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권 서울대 명예교수 헌법학

우리 역사 반만년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에 성공해서 처음으로 자유와 풍요로 민족적 자존심을 지키며 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최대의 안보·경제 위기와 이에 대처할 정치 리더십 위기로 대변되는 심각한 내우외환에 빠져 있다. 더구나 여론의 추이에 크게 의존하는 대통령 탄핵에 따른 후임 대통령 선거를, 좌편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 달 반 정도 남겨 두고 있다. ‘5·9 선택’이 나라의 명운을 결정하게 될 게 틀림없다.

보수(保守) 측 홍준표 지사를 비롯해 중도 쪽에서도 다양한 이름의 선거연대 제의가 나오고 있다. 선거연대가 좌파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이러한 선거연대가 형편없이 좌로 기운 운동장의 평형을 바로잡는 선거 공학적 효과를 가질 것이다. 단순한 선거연대에 그치지 않고 1990년의 3당 합당에 의한 민자당 출현, 1997년의 DJP 연합 역사도 있다. 기본적으로 다당제인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그 정부 형태가 내각책임제이기도 하지만, 2개 또는 그 이상의 정당이 연합해 연립정부를 구성, 집권하는 일이 보통이다.

독일 통일 당시, 통일을 주도한 독일 정부가 헬무트 콜 총리의 기민당·기사당과 한스 디트리히 겐셔 외무장관의 자유당 간 연합정부였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그를 빼고 독일 통일을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겐셔의 역할이 컸는데, 그는 빌리 브란트 및 헬무트 슈미트의 사민당과도 연립정부를 형성했었다. DJP의 예에서 보듯이 대통령제 하에서라고, DJ는 대통령, JP는 총리가 됐던 바와 같은 일종의 연립정부를 구성 못 할 이유는 없다.

총리뿐만 아니라 (예를 들면 보수는 안보, 진보는 보사·노동 등) 전문 영역에 따라 장관 자리를 나누는 연립정부의 구성도 생각할 수 있다. 이전에 논의됐던 ‘책임(실세)총리제’ 및 ‘책임장관제’가 가능하다면 이러한 연립정부도 안 될 이유가 없다. 개헌이 쟁점이 되고 있는 지금 DJP연합의 경우처럼 개헌을 내용으로 하는 연립정부 합의도 가능할 것이다. 다만, DJP의 경우는 합의대로 내각제 개헌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이다. 이른바 제왕적 대통령은 결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 된 사람의 자질(포용성, 용인술 등)과 정치인을 둘러싼 우리나라 정치 문화의 문제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제왕이 된 듯 권력을 독점하며, 사람을 씀에 있어서도 자기 사람, 선거 때 신세 진 사람에게 신세 갚는 것만 고집하고 자기와 계파나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태도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치 문화에 그 뿌리가 있다. 에이브러햄 링컨 미국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자신의 정적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해 어려웠던 남북전쟁 당시의 미국 정부를 이끌었다.

정치는 소통·타협·양보 등 합의(협치 등)를 통해 공동선을 이뤄내는 데 그 가치가 있는 게 아닐까? 이러한 정치력, 이러한 정치 문화 없이 이뤄진 개헌이라면 약속했던 개헌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내각제 개헌으로 들어선 장면 정부는 계파 간의 분열과 무능·무책임의 표본이 됐다. 국방·외교와 내치는 서로 연계돼 있어서 정치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이원집정제에서는, 특히 여소야대 때 대통령과 총리의 충돌을 조절하는 제도나 장치가 없을 뿐 아니라 대통령의 국회해산권 행사는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연임이 가능한 4년 임기의 대통령제 하의 제왕적 대통령의 출현은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업무보다 연임에만 관심을 가지는 대통령은 또 어찌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