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4차 산업혁명 ‘정부 역할’ 입장差, 본격 토론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이 이미 닥치고 있다는 데에는 국민 대다수가 동의한다. 대선 후보들 역시 13일 TV 토론에서 이런 인식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구체적 방법, 특히 정부 역할을 놓고는 입장 차이(差異)가 상당하다. 이날 토론에서는 물론 최근 여러 행사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정부 주도’를 강조한 반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민간 주도’를 분명히 했다. 다음달 10일부터 정부를 이끌 새 대통령의 국정철학은 정부 조직 개편은 물론 정부·민간의 관계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본격적으로 더 치열하게 토론해야 할 중요한 의제다.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았다”면서 “혁신 성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방향으로는 ‘신성장동력을 찾고 청년들이 활발하게 벤처를 만드는 창업국가’를 제시했다. 그는 당내 경선 과정 등에서 청년·일자리 대책으로 4차 산업혁명 선도를 통한 ‘제2의 벤처 붐’과 공공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런 접근 방향에 대해 다른 후보들이 ‘세금 투입과 정부 주도’ 방식이라며 비판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최근 문 후보의 ‘공공 일자리 81만 개’ 공약을 거론하며 “세금 나눠 먹기로 망한 그리스로 가자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안 후보는 더욱 선명하게 각을 세웠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기에 대비해야 한다”면서도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쪽으로 정부 운영 기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가 벤처 창업국가를 강조하자 안 후보는 “매년 과학기술 예산을 19조 원이나 투입하는데 효과가 실망스럽다”면서 과학기술 개혁을 제시하고, 이를 위해 ‘결과 위주 감사’를 ‘과정 위주 감사’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문·안 후보는 각각 중소벤처기업부·창업중소기업부의 신설을 공약하고 있지만 그 기능에 대해 문 후보는 ‘4차 산업혁명 지휘’를, 안 후보는 ‘입법 발의 및 맞춤형 지원’을 강조하는 등 뉘앙스가 다르다. 큰 정부든, 작은 정부든 두 후보는 더 솔직하고 합리적으로 경쟁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