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국방비 GDP 3%’ 공약의 선행 조건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김종하 한남대 경영·국방전략대학원장

제19대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유력 후보 모두가 국방예산을 대폭 늘리겠다는 공약을 내놓고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4%(2016년 기준) 수준인 국방예산을 3% 안팎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단기적으로 억지하고, 중·장기적 차원에서 전투 효과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국방예산 확대는 불가피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대선 후보가 국방비 증액에 대한 인식은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실천에 옮기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안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국방비를 3% 수준으로 증액하는 데 드는 예산 10조 원을 ‘방산 비리(防産非理) 근절과 세출 예산 조정으로 확보하겠다’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구체성과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방안이다.

이처럼 재원 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현실성이 떨어지거나, 재원 조달 대책이 아예 없는 공약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유권자들은 이런 공약들에 대해 철저하게 검증해 선거에서 단호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국민으로부터 국방비 증액에 대한 공감대를 제대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

우선, 적정한 국방비 규모를 산출하기 위한 노력을 더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지난 10~15년 동안 전(全) 국방발전 분야(조직, 인력, 획득, 군수 등)에 걸쳐 쓰인 지출을 평가하고, 향후 각 분야의 소요를 진단하는 작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한 예로, 군대를 훈련시키고 장비를 갖추게 하는 데 필요한 수십억 원의 돈을 군사전략적, 경제적으로 효용이 떨어지는 기지들과 지원시설들을 유지하는 데 쓰고 있지 않은지, 그리고 군 운용에 필요한 기자재, 생필품, 유류 등을 구매하는 데 있어 예산 누출의 정도는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는 것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또, 이것을 기초로 각 분야에 걸친 소요를 산출하고, 변화하는 재정 여건을 고려한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어느 정도면 충분한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 즉 적정 국방비 규모 도출이 어느 정도 가능하게 될 것이다.

다음으로, 국방예산 구성요소 간 연계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재원 배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례로 첨단 무기체계를 획득할 경우 운영·유지비 증가를 초래하고, 장교·부사관 인력을 증원할 경우 인건비는 물론 급식·피복·주거시설 비용 증가가 필연적으로 뒤따르게 된다. 그런데 우리 국방 분야 예산체계는 방위력 개선비(무기 구입과 연구·개발)와 경상비(병력 운영과 전력 유지)로 이원화돼 있어 예산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면, 완성품 무기체계 획득만 생각하고, 전력화 지원요소, 즉 정비, 시설, 교육훈련 요소 등 운영·유지에 필요한 군수 지원 소요는 제대로 반영하지 못함으로써 무기체계 배치 후 장기 가동률 저하와 정비 소요가 급증하는 비효율적인 현상이 초래되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위력 개선비와 경상비 내 예산 항목들 간의 재원 배분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조치가 먼저 이루어져야만 보이지 않는 비효율적인 예산 낭비가 어디에서 발생하는지를 찾아내 예산 절감을 시도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전 국방발전 분야에 걸친, 우선순위에 따른 합리적인 재원 투자 시도도 상시적으로 가능해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