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처럼 부는 경제 훈풍, 방심은 절대 금물이다

한국 경제에 모처럼 훈풍(薰風)이 불어온다. 관련 주요 지수들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은 0.9%다. 3분기 만의 최고다. 글로벌 회복세를 탄 반도체 수출과 설비·건설 투자 증가 덕이다. 제조업 성장률(2.0%)도 6년 만에 최고치다. 코스피도 신기록을 세울 기세다. 6년 전의 사상 최고치(2228.96) 경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수출발 온기가 소비·고용으로 조금씩 확산하는 분위기다. 기업도 활기를 띤다. 주요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영업익을 6조3100억 원이나 냈다. 역대 최고 기록이다. 비관적 지표에 지쳐 있던 우리로선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한 꺼풀 뜯어보면 마냥 좋아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성장률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6분기 연속 0%대다. 고용 창출 여력이 많은 서비스업 성장률은 0.1% 증가에 그쳐 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코스피 급등도 어찌 보면 착시 효과다. 시가총액에서 삼성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20%를 넘는다는 ‘불편한 현실’이 근거다. 삼성전자를 빼면 사실상 지수는 1700선이라는 시각도 엄존한다. 투기성이 강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면 급랭할 수도 있다. 내수도 여전히 한풍(寒風)이다. 북핵 리스크,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유럽 정치의 불확실성 등 대외 악재가 약화하기는 했으나 ‘휴화산’일 뿐이다. 방심은 절대 금물인 이유다.

이런 때일수록 각 경제 주체들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야 한다. 정부·기업은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발굴에 진력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준비는 필수다. 정치권은 맹성해야 한다. ‘표심 몰이용’ 반(反)기업·반시장 입법 궁리만 할 게 아니라 각 주체들이 이번 기회를 호기로 살려낼 경제 활성화 입법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런데도 대선 후보들은 재원 조달 방안은 나 몰라라 한 채 퍼주기 공약만 쏟아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5%의 법인세율을 15%로 내리는 파격적인 세제 개혁안을 발표한 날 우리 대선 후보 다수는 반기업 정서나 부추기며 법인세를 올리겠다고 난리들이다. 한심하고 갑갑할 뿐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냉정한 이성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