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참견 없이 쇼핑… ‘혼자 볼게요’ 바구니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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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세대, 팍팍한 사회생활 견디는 상반된 자세

다 싫어!…‘회피형 인간’으로
‘아는 체’ 불편 ‘단골되기’ 거부
“인간관계는 노력 필요해 포기”

2030세대를 중심으로 ‘혼밥·혼술·혼놀’(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놀기)이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은 현상이 된 가운데, 이제는 아예 번거롭게 남들과 얽히는 일 자체를 싫어하는 ‘회피형 인간’ 문화가 퍼지고 있다. 대표적인 현상이 특정 가게의 ‘단골’이 되기를 거부하는 기류다. 단골이 돼 조금 더 좋은 서비스를 받는 장점보다 가게 주인이나 직원의 친절에 응대하며 말을 섞어야 하는 ‘피로감’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다.

회사원 김민솔(여·26) 씨는 최근 2년간 다니던 미용실을 바꿨다. 김 씨가 가족, 친구들을 몇 차례 데려왔다는 것을 기억한 미용사가 아는 체를 하며 주변 사람의 안부를 묻자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취업준비생 김태균(28) 씨도 자취생활에 필요한 음식을 구매하거나 식사할 때 특정 가게나 식당을 정해 놓고 꾸준히 찾기보다는 그때그때 눈에 보이는 곳에 들어가는 편이다. 단골이 돼 식당 주인이 자꾸 말을 걸면, 식사 시간조차도 편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이처럼 타인과의 관계를 최대한 피하려는 2030세대 트렌드를 일컫는 회피형 인간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기존 ‘N포세대’가 취업난에, 직장을 구한 뒤에는 힘든 사회생활에 치어 어쩔 수 없이 인간관계를 포기했다면 회피형 인간은 스스로 관계 맺기를 피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와 관련, 최근 2030세대가 주로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회피형 인간의 특징’이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이를 본 네티즌이 ‘회피형 인간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이 글에서 규정하는 회피형 인간의 특징은 △책임이나 속박을 거부 △혼자 있는 게 편함 △타인에게 의지하는 것을 불편하게 느낌 △결혼과 아이를 갖는 일은 성가신 일로 생각 △타인과 잘 지내기 위해선 그만큼의 고통과 노력이 동반되기 때문에 포기 등이다.

회피형 인간의 등장에 발 빠르게 대응해 손님을 귀찮게 하지 않는 영업 전략을 펴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과거에는 의류·화장품매장에서 점원이 손님에게 먼저 말을 걸고 제품을 추천해 주는 게 미덕이었지만, 최근에는 고객이 알아서 쇼핑하도록 내버려두는 매장이 인기를 끈다. 일부 화장품매장은 ‘혼자 볼게요’(사진)와 ‘도움이 필요해요’ 바구니를 구분해 배치했다.

김기윤·김현아 기자 cesc3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