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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08일(月)
패권 집단의 위험한 ‘淸算’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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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제19대 대선 D-1이다. 지난 4일과 5일 실시된 사전투표 비율이 예상보다 높아 총유권자의 26.06%에 이르렀지만, 남은 유권자가 73.94%다. 그 표심을 겨냥한 후보들이 자신의 장점이나 경쟁 상대의 약점을 더 두드러지게 강조·반복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국정농단으로 대통령이 탄핵·구속됐는데도 아무런 반성 없이 표를 달라는 후보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거듭 공격한다. 홍 후보는 “이번 선거는 친북 좌파 정권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키는 보수 우파 정권 중에 선택하는 체제 전쟁”이라며 ‘북한을 주적(主敵)이라고도 말하지 못하는 문 후보’의 당선을 막아야 한다고 외친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또 과거로 돌아가려는 기호 1번이나 2번이 아니라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3번을 선택해야 한다”며 문·홍 후보를 싸잡아 비난한다. 그는 문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를 상정해 “지지하지 않는 60%의 국민은 첫날부터 팔짱을 끼고 보고 있다가 조그만 실수라도 나오면 그때부터 광화문광장이 뒤집어질 것”이라며 국민 분열의 증폭 가능성도 내세운다.

대체로 일리가 없지 않은 주장들일 것이다. 어떤 주장에 더 귀를 기울일지는 유권자 판단에 달렸다. 다만 판단 과정에, 과거 정권의 실정(失政) 요인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살아 있는 증거 중의 하나는 친노(親盧)·친박(親朴) 등 계파 패권주의(覇權主義)다. 여론조사 결과의 공표가 금지되기 전에 당선이 유력한 것으로 나타났던 문 후보만 해도 “아직 저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를 믿어달라”고 호소한 것은 ‘친노’에 이은 ‘친문(親文) 패권’의 실상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를 알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당 후보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의 ‘대연정(大聯政)’ 구상도 비난했던 그가 투표일 임박해 ‘대통합(大統合) 정부’를 약속하며 “합리적 진보부터 개혁적 보수까지 진영도, 당도 가리지 않고 다 함께할 수 있다”고 밝힌 이유도 달리 있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를 두고, 표심이 떠도는 보수층까지 끌어들이기 위한 선거용일 뿐이고, 당선 후엔 구색 맞추기로 장관 두세 자리를 친문 아닌 무색무취 인사로 채울 것으로 의심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폐해가 엄연했던 친문 패권의 존재부터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안철수 후보 측의 김종인 공동정부준비위원장을 민주당 대표 격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하며 문 후보가 당 대표직에서 물러났던 것도 친문 패권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에 더 버티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던 것은 많은 사례 중 하나일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파면되게 한 친박 패권주의는 비판하면서, 노무현 정권의 실정으로 이어진 친노 패권의 복사판에 해당하는 친문 패권에는 아예 눈을 감는 셈이다.

노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현재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 “극우 보수세력을 완전히 궤멸시켜야 한다”고 한 발언에 대해 문 후보가 ‘정권 교체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는 식으로 둘러댄 것도 달리 이해하기 어렵다. 그런 식은 문 후보가 공약의 맨 앞에 내세워 청산(淸算) 대상으로 지목하는 ‘적폐(積弊)’에 대한 인식 또한 여전히 위험한 것으로 비치게 하게 마련이다.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든, 문 후보나 친문의 독선적 기준에 따라 적폐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대통령의 눈으로 국정을 경험했다”고 내세우지만,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서 ‘친노 시각’을 단단히 다졌다는 말의 다른 표현으로 들릴 수도 있다. 국군통수권자 후보에 대해 필수일 안보관 검증을 두고도 “선거철 되니까 또 색깔론·종북몰이가 시끄럽다. 지긋지긋하지 않으냐. 이제 국민들도 속지 않는다. 이놈들아!” 하고 호통치며 ‘적폐’로 몰아붙인 것도 마찬가지다. 문 후보 당선이 유력하다면서 ‘그의 참모들이 햇볕정책 2.0이라고 부르는 북한과의 경제 교류 노력을 재개하겠다고 말해왔다. 한국이 미국과 불화하게 될 수도 있다’는 취지의 우려 섞인 분석을 5일 보도한 미국의 월스트리트 저널 등도 ‘적폐 시각’을 지닌 언론이라고 할 것인가. 패권 집단의 빗나간 적폐 청산 인식으론 ‘진짜 적폐’ ‘근본적 적폐’는 외면하거나 더 키울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부터 투표 전의 유권자와 후보들은 물론, 당선된 대통령과 국민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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