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거국내각式 탕평 인사로 統合시대 열어야

제19대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8시9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결과 의결과 동시에 5년 임기를 시작했다. 문 대통령에게 축하를 보내며 대한민국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기길 기원한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문 대통령은 합참의장에게 지시하는 형식으로 군 통수권을 행사하고, 현충원을 참배한 뒤 국회로 가서 원내 5당 대표실을 방문했으며, 정오에는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식을 가졌다. 오후에는 기자회견, 새 국무총리 지명, 청와대 참모진 구성 등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을 소화했다. 정상적 대선이면 준비기간이 2개월여 있지만 탄핵 사태에 따른 궐위 선거여서 그런 과정 없이 곧바로 업무에 돌입한 것이다.

‘국민 모두의 지도자’ 돼야 改革도 가능

이번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따라 실시된 만큼 정권교체는 자연스러운 결과다. 그러나 문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는 결코 녹록지 않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 특별히 잘해서가 아니라 박 정권의 자멸에 따른 반사 효과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 대한 국민의 호불호가 지나칠 정도로 확고하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문 대통령의 득표율 41.08%는 2위 홍준표 후보(24.03%)나 3위 안철수 후보(21.41%)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40% 안팎의 지지율을 보인 것은, 나머지 60% 안팎은 어떤 경우에도 싫어한다는 의미도 된다. 게다가 여소야대 국회에다 국회선진화법까지 버티고 있다. 문 대통령이 전날 밤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당선 일성(一聲)으로 “국민 모두의 대통령” “저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도 섬기는 통합(統合) 대통령”을 내세운 것은 올바른 판단이다. 앞서 당 개표상황실에서는 “개혁과 통합 두 과제를 모두 이루겠다”고 했다. 선거 과정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야당 인사의 등용까지 언급한 바도 있다.

문 대통령이 선거 초반에 제기했던 ‘적폐 대청소’와, 후반에 강조한 ‘국가 대통합’은 이론적으로는 양립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론 그러기 어렵다. 적폐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통합은커녕 국론 대분열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문 대통령 지지 세력이나 여당이 된 민주당 내부의 친문 인사들은 그동안 증오와 독선, 운동권적 행태를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보수 궤멸 등의 말도 나왔다. 자칫 점령군이나 홍위병 행세를 하며 인적 청산이나 정치 보복에 나설 수도 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당선 일성에서 밝힌 것처럼 ‘국민 모두의 지도자’가 돼야 개혁도 가능하다.

이런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한 첫 단추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내각 및 청와대 인선이 될 것이다. 국무총리에는 이낙연 전남지사가 내정됐다고 한다. 언론인 출신에 4선 국회의원을 역임, 여야로부터 비교적 호평을 받고 있는 무난한 인선으로 보인다. 앞으로 있을 수많은 인사 역시 거국내각을 한다는 각오로 탕평 인사를 해야 한다. 그 자리에 누가 적임인지만을 따져 드림팀을 짜야 국정이 순항할 수 있다.

보수 정당 自省과 ‘국가 좌편향’ 견제 책무

문 대통령과 집권세력 못지않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 정치세력의 역할도 중요하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따른 대선인 만큼 패배가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한 자릿수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그나마 24%까지 오른 것은 한국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그래도 보수 정당이 건재해야 한다는 국민의 판단 때문이다. 급선무는 국민 신뢰를 제대로 받을 수 있는 보수 정당을 재건하는 일이다. 친박은 무조건 일선에서 물러서고, 탄핵 찬반으로 갈라졌던 세력은 다시 합치는 게 옳다. 보수의 더 큰 대의(大義)를 위해 작은 차이나 정치적 사심(私心)은 버려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정이 과도하게 ‘좌편향’되는 것도 견제해야 한다.

오늘은 제헌국회를 구성한 5·10 총선거가 실시된 지 69주년 되는 뜻깊은 날이다. 문 대통령은 통합과 협치로 국정을 이끌고, 야권은 시시비비를 가리는 건강한 대안 세력으로 자리매김함으로써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할 책무가 무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