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시대 개막>‘군축’ 염두에 둔 안보실 개편… 美와 對北엇박자 우려도

- 대북·외교안보 정책

평화군비통제비서관 신설
대북정책 전면 전환 신호탄
NSC, 컨트롤타워 기능 강화

일각선 “北核능력 오판했던
盧정부 ‘평화국방’회귀 우려
韓·美사이 정교한 조율 필요”

문재인 정부가 청와대 직제 개편을 통해 국가안보실(NSC)의 컨트롤 타워 기능을 강화하면서 국방개혁·평화군비통제 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대북정책 전면 전환의 신호탄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정부의 대북정책이 노무현 정부 당시의 대북정책 기조인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군축협상 등을 통한 ‘평화 국방’의 부활을 위한 정지작업으로, ‘달빛 정책’ 또는 ‘달빛 프로세스’라고 불리는 제3의 대북정책을 위한 시스템 구축이라는 관측이다. 일각에서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 2.0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또 초강경 대북 압박정책으로 가닥을 잡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정교한 조율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한·미 동맹에 불협화음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12일 외교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일 문재인 정부가 단행한 NSC 직제개편은 종합적인 국가 안보 컨트롤 타워 기능 강화라는 측면도 있지만 국제사회와 공조체제가 형성된 대북 제재 등 압박 기류와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 비서실 산하에 있던 외교안보수석의 자리를 NSC로 옮기고, NSC 내부에 평화군비통제비서관과 국방개혁비서관을 신설한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체제 복귀라는 시각이다. 탄핵으로 정권인수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정부 업무보고 등을 통해 안보 상황에 대한 종합적이고 거시적 평가를 내릴 틈이 없는 가운데 북한 위협에 대한 한·미 간 정교한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앞으로 한·미 정상회담 등에서 북핵폐기 방식 등 대북정책의 오해와 갈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성민 안보정책 네트웍스 대표는 “지난 2005년 제4차 6자회담에서 북한은 모든 핵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로 복귀하기로 6개 항에 서명한 한반도 비핵화 합의인 9·19 공동성명을 발표했지만 북한은 그 직후 노동·스커드 미사일과 대포동 2호를 발사해 시간만 허비한 셈이 됐다”며“노무현 정부 때의 ‘평화국방’ 체제 회귀가 아닌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남북 군사력 비교 보고서에서 북한 핵 개발 가능성 등 비대칭 전력을 제외했다. 이에 따라 노무현 정부는 북한은 전쟁할 능력과 의도도 없는데 한미연합사가 과도하게 군사적으로 압박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전제하에 전작권 전환을 추진했다. 홍 대표는 “노무현 정부는 평화군축을 위한 군비통제 협상을 전개했다”며 “결국 실패로 끝난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군비통제는 군축협상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전단계로 북한은 핵 보유 인정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북강경 정책은 문재인 정부와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한 마이크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11일 미 상원 정보위원회에서 정보기관 수장으로는 처음으로 재래식 전쟁 발발 가능성을 언급했다. CIA가 개별 국가조직으로는 처음으로 북핵 관리 특별조직인 코리아 임무 센터(KMC)를 신설한 뒤 올 초 퇴직한 한국계 앤드루 킴(한국명 김성현)을 센터장에 임명한 것은 북한 정권 흔들기를 위한 스파이작전 전개 의미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북핵 문제를 외교·안보 분야의 최고 의제로 취급하고 있다는 의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미국의 강력한 대북압박 정책이 우리의 대북 협상 공간을 넓혀주는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대북 정책에 보완적인 성격이 있다”며 “북한 추가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실험발사 시 미국의 군사적 옵션, 중국의 원유공급 중단 및 선제타격 불개입 입장과 달리 한국은 협상의 중재자로 3자 역할분담을 통해 북한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야 하며 무엇보다 한·미 간 정밀한 정책조율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