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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정재덕 셰프의 사계절 건강 밥상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7일(水)
남해멸치찌개, 시래기에 생멸치 올려 보글보글… 뼛속까지 얼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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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치’ 하면 보통 국물을 우려내거나 음식에 감칠맛을 내는 건(乾) 식재료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봄 멸치잡이가 한창인 3월부터 6월까지 남해안과 동해안에 가면 멸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파닥파닥 은빛 비늘 반짝이는 생멸치가 온전한 하나의 생선으로 귀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해안가를 따라 줄지어 늘어선 식당가에는 구수한 멸치구이 냄새가 진동을 하고 멸치회, 멸치찌개 등 멸치가 주인공인 음식들이 넘쳐난다.

내 고향 경남 남해에도 멸치가 조연이 아닌 주연으로 등장하는 음식이 있다. 남해를 대표하는 향토 음식인 ‘멸치찌개쌈밥’이다. 냄비에 삶은 시래기를 깔고 생멸치와 양념을 올려 자작하게 조린 다음 상추에 올려 싸 먹으면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어렸을 때 어머니께서 자주 해주셨던 음식인데, 이제는 셰프가 돼 직접 만들어 드리곤 한다. 아들의 멸치찌개 맛을 본 어머니의 반응은 늘 ‘엄지 척’이시다.

비결은 간단하다. 싱싱한 제철 생멸치를 사용하는 것이다. 식재료가 좋으면 음식의 기본 점수는 따고 들어간다. 이맘때 생멸치는 어른 손가락보다 굵고 긴 데다 기름이 차올라 살이 부드럽고 맛도 좋다.

멸치는 조상들도 애용하는 생선이었다. 정약전의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는 ‘국을 끓이거나 젓갈을 담그고, 말리기도 하고, 고기잡이 미끼로도 사용한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동시에 ‘요즘 멸치는 젓갈용으로 쓰고, 말린 것은 양념으로도 쓰지만, 선물용으로는 천하다’고도 기술하고 있다. 멸치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면서도 숭어처럼 기품 있는 물고기와 달리 성질 급하게 파닥거리는 작은 물고기라 당시에는 꽤 천대를 받았던 모양이다. 오죽했으면 이름에 ‘업신여길 멸(蔑)’이나 ‘멸망할 멸(滅)’자를 써서 ‘멸어’라고 했을까.

멸치는 대개 배를 타고 나가 그물을 이용해 대량으로 잡는다. 그러나 남해에서는 여전히 죽방렴(竹防簾)이라고 하는 전통 조업방식으로 잡는다. ‘대나무 어사리’라고도 부르며, ‘대나무를 이용해 만든 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조수 간만의 차를 이용해 물살이 세고 수심이 얕은 곳에 어구를 만드는데, 이게 굉장히 독특하다. 참나무 말뚝을 ‘브이(V)’자로 박고 대나무로 그물을 엮어 물고기가 들어오면 브이 자 끝에 설치된 불룩한 통발(물고기를 잡는 바구니 모양의 도구)에 갇혀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본래 멸치는 성질이 급해서 잡으면 금세 죽는다. 그때부터 신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므로 늦어도 15분 안에 삶아서 말려야 한다. 해안가에 있는 죽방렴으로 잡으면 재빨리 육지로 옮겨 싱싱한 상태에서 삶아 말릴 수 있어 최상품의 멸치가 나온다. 고가로 판매되는 ‘죽방멸치’가 바로 이렇게 잡은 것이다. 죽방렴 물고기의 80~90%는 멸치지만, 장어, 갈치, 도다리, 아귀, 숭어, 농어, 보리새우 등 다른 어종들도 잡힌다.

죽방렴에서 잡은 큰 멸치는 소금구이로 즐기기도 한다. 그 맛이 기대 이상으로 별미다. 비늘과 내장을 제거한 뒤 막걸리에 살짝 재워 미나리, 양파, 깻잎 등을 넣고 회로 무쳐 먹으면 비린 맛도 없고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밥반찬으로 최고의 메뉴를 꼽으라면, 앞서 언급한 남해멸치찌개를 따라갈 음식이 없다. 얼큰한 국물은 말할 것도 없고 뼈째 씹히는 멸치의 부드러운 육질이 일품이다. 시래기는 또 어떤가. 찌개 양념이 쏙쏙 배어 멸치와 함께 얹어 상추에 싸먹으면 그 맛이 압권이다.

고급 생멸치의 보고인 남해 죽방렴은 지난 2011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돼 생태계 체험 관광상품으로도 개발되고 있다. 특히 남해 지족해협은 남해군의 창선도와 남해읍이 가장 가깝게 만나는 지점이라, 물길이 좁고 물살이 빨라 어구를 설치하는 데 좋다. 남해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한 번쯤 찾아보길 권한다. 아울러 싱싱한 죽방멸치 그득한 남해멸치찌개로 가족과 함께 푸짐하고 영양가 높은 건강음식을 꼭 즐겨 보길 바란다.

한식당 다담 총괄·사찰음식 명인

사진 = 김호웅 기자 diverkim@munhwa.com



어떻게 만드나


재료

시래기 2줌, 생멸치 3컵(작은 종이컵 기준), 청고추 1개, 홍고추 1개, 대파 1개, 양념장(된장 3T, 고춧가루 3T, 다진 마늘 1T), 육수 5컵(마른 멸치 1컵, 다시마 13g, 무 1/4개, 양파 1/2개, 통마늘 2개), 쌈채소 또는 상추



만드는 법

1 생멸치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연한 소금물에 깨끗하게 씻어 준다.

2 청고추, 홍고추, 대파는 각각 슬라이스한다.

3 시래기는 따로 삶는다.

4 마른 멸치, 다시마, 무, 양파를 넣고 15분 정도 끓여서 육수를 만들어 둔다.

5 냄비에 삶은 시래기를 깔고 멸치를 올리고 육수와 양념장을 넣은 후 슬라이스한 청고추, 홍고추, 대파를 넣고 10~15분간 조린다.

6 멸치찌개가 완성되면 쌈채소나 상추에 싸먹는다.



조리Tip

1 생멸치는 막걸리에 살짝 담근 후 사용하면 비린내를 좀 더 잘 잡을 수 있다.

2 생멸치 고유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맹물보다는 연한 소금물에 씻는 게 좋다.

3 생멸치를 장기간 보관할 때에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한 뒤 비닐에 넣어 보관한다.
e-mail 김호웅 기자 / 사진부 / 부장 김호웅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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