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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그림이 있는 골프에세이 게재 일자 : 2017년 05월 19일(金)
스윙 리듬엔 ‘육체·이성·감성’ 담겨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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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다 가까이 지내던 사람이 떠났다. 몇 명의 배웅만을 받으며 떠난 조용한 귀의였다. 조용히 왔듯이 돌아갈 때도 조용했다. 2017년 작. 김영화 화백
신록이 사태를 이루고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이 맞닿을 듯한 5월에 지인들과 골프장에 나갔다. 이상하리만큼 첫 홀부터 제대로 된 스윙 한 번 못했고, 스코어는 엉망이었다. 나머지 분들도 “오늘 왜 이러지?”라는 말을 반복했다. 가수 유익종 선배도 “평소 같지 않다”는 말을 건넨다. 그런데 그 이유를 8번 홀에서 알 수 있었다.

다름 아닌 리듬 때문이었다. 리듬은 ‘흐른다’의 그리스어에서 유래됐고, 물결 흘러가듯이 일정한 움직임과 질서를 뜻한다. 그런데 8번 홀에서 캐디의 한 마디가 흐름을 깼다. 동반자는 이미 백스윙으로 이어졌고 톱에서 다운스윙이 진행되는 순간 캐디는 “지금 치시면 안 돼요”라고 외쳤다. 당연히 스윙을 멈출 수 없었고 해저드로 빠졌다. 필자 역시 어드레스에 들어가는 순간 “조금 더 있다가 치세요”라는 말을 듣고 결국 톱볼을 쳤다. 파4 홀로 길이가 다소 짧아서 그린에 앞 팀이 올라가면 쳐야 한다는 뒤늦은 설명이 이어졌다. 캐디의 열정과 부지런함에 비해 ‘적재적소’의 간여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1번 홀부터의 숨 가쁜 주문과 설명은 마음을 급하게 만들었고 집중해야 할 스윙은 바로 리듬을 잃었다. 골프에 있어 리듬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된 날이다. 유 선배는 비 오는 날 라운드를 하면 우산을 쓰지 않는다. 엇박자 빗소리로 인해 골프 리듬이 깨지기 때문이다.

캐디의 숨 가쁘게 전달되는 언어, 그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됐다. 물론 캐디는 고객을 위해 충실하게 코스에 대한 정보를 전달했다. 하지만 정보 전달 방법이 아쉬웠다. 좀 더 고객의 습관과 마음을 읽어야 했다. 1번 홀 티 그라운드에 도착하자마자 “준비된 분만 스트레칭하세요”로 시작해 “바로 티샷 준비해 주세요” 등 끝없는 주문이 이어졌다. 첫 번째 골퍼가 티 그라운드에 올라가자 쉼 없이 코스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뒤이어 두 번째 골퍼가 올라왔음에도 첫 번째 골퍼의 세컨드 샷 이후의 코스에 대한 설명이 계속됐다. 이 같은 설명과 진행은 매홀 똑같이 반복되었다. 비바람도 없는 청명한 날인데 “왜 이렇게 정신없고 어수선한지 모르겠다”고 동반자가 토로했다. 그 이유는 바로 급하게, 캐디가 자신의 말만 전달하는 데 있었다.

원인을 알았으니 나만의 리듬과 템포로 스윙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조금 나아졌을 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않았다. 리듬, 즉 운동의 질서는 금세 찾아오지를 않았다. 리듬엔 육체, 이성, 감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설의 프로 샘 스니드도 자신만의 리듬을 위해 항상 백스윙을 할 때에는 ‘샘’, 다운스윙부터는 ‘스니드’를 속으로 외쳤다고 한다. 캐디의 급하게 전달하는 말과 쉼 없는 설명으로 인해 리듬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그렇지만 그래서 볼이 안 맞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자신만의 리듬과 템포를 찾아야 한다. 물결 흐르듯이 일관되고 자연스럽게 말이다.

이종현 시인(레저신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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