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적폐청산>국정농단·블랙리스트·우병우… 전방위 재조사·재수사 방침

- 수사·감사 대상들

특조위 설치해 국정농단 집중
블랙리스트 사건 실체 조사뒤
문화계와 ‘공정성 협약’ 계획
防産비리 ‘이적죄’준하는 처벌

‘촛불 정신 계승’을 천명한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간의 적폐 청산에 시동을 걸면서 본격적인 제 색깔 내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이 22일 이명박 정부 당시 추진된 4대 강 사업에 대해 정책감사를 지시한 게 신호탄이다. 지난 19대 대통령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민의 나라 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이 공동으로 마련한 ‘촛불 개혁 10대 과제’에는 이 외에도 세월호 참사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등에 대한 재조사 방침이 포함됐다.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의혹 진상 조사와 국가정보원 국내 정치 개입 금지 선언도 담겼다. 그러나 4대 강 사업 정책감사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재합법화, 공공부문 개혁 관련 행정지침 폐기 등이 실행되는 과정에서 청와대의 과도한 개입이라는 비판과 함께 정치 보복 논란이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는 22일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 방침 천명을 시작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의 주요 문제 사업과 사건을 재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법·제도 개선 차원을 넘어 진상 조사와 수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강도 높은 적폐 청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재조사 또는 재수사 대상에는 4대강 사업을 필두로 최순실 국정농단, 문화계 블랙리스트, 세월호 참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 방위사업 비리 의혹,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 박근혜 정부 언론탄압 의혹 등이 망라돼 있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과 조기 대선의 원인이 된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경우 가칭 ‘적폐청산특별조사위원회’를 설치해 집중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이 위원회에서는 국정농단에 이른 각종 적폐를 분석하고 의혹에 대한 조사와 진상규명, 보충수사를 할 방침이다. 또 최순실 씨 등의 부정축재 재산 추적과 국가 귀속 등도 추진한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구속에 이르게 한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도 재조사를 통해 진상을 밝히고 시정조치를 한다는 방침이다. 재조사가 이뤄져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면 정부·지원기관·문화계가 ‘공정성 협약’을 체결,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토록 해 재발을 방지한다는 계획이다.

세월호 사건은 재조사에 앞서 현재 활동 중인 선체조사위원회에 대해 인력과 재정을 추가 지원해 미수습자 수색 강화와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데 주력한다. 본격적인 재조사는 새로 꾸려지는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가 맡게 된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만들어질 2기 특조위는 1기 특조위가 문제를 제기했던 박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등도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 전 수석과 관련해서는 가족회사 정강 횡령·탈세 의혹과 변호사 시절 수임 관련 의혹, 세월호 수사 외압 의혹 등이 재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우 전 수석이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면서 각종 수사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한 의혹도 검찰 개혁과 맞물려 재수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방위사업 비리도 주요 재조사 대상이다. 특히 방위사업 비리 적발 시 ‘이적죄’에 준하도록 처벌 형량을 대폭 상향하고 원 스트라이크 아웃 등 입찰 참여 자격 제한도 강화한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를 맞고 사망에 이르게 된 과정,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 비망록 등에 나타난 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 의혹 등도 주요 재조사·재수사 대상이다. 여권 관계자는 “적폐청산과 개혁은 새 정부 출범의 근거이자 새로운 한국의 출발을 위해 시급한 과제”라면서도 “많은 과제를 한꺼번에 처리하려면 개혁 대상 세력의 저항을 부를 수 있으므로 과제별 특성과 시급성 등을 고려해 과제를 분류, 개혁의 속도를 전략적으로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종 기자 hanul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