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희망이다>[단독] 성진우 4년전 이미 혼인신고… “이제는 내가 아내 지킬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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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가 아내를 지킬 차례입니다.”

‘포기하지마’로 유명한 트로트 가수 성진우(47)가 4년 전 이미 혼인신고를 하고 투병 중인 아내를 돌보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진우는 네 살 어린 일반인 배모 씨와 4년 전 백년가약을 맺었다. 일찍 부모님을 여읜 그는 아내와 장모, 처이모 등과 넷이 모인 자리에서 결혼을 약속한 후 혼인신고를 해 법적인 부부가 됐다. 그는 23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약 10년 전 지인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알게 된 아내와 6~7년 전 정도부터 교제했다”며 “나와 참 닮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며 평생을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정식으로 결혼식을 치르지 못한 것은 아내의 건강 때문이었다. 결혼을 결심할 무렵 배 씨의 소장에서 6cm 크기의 종양이 발견돼 큰 수술을 받았다. 아내는 “조금 상황이 좋아지면 결혼하자”고 말했지만 성진우는 프러포즈 후 장모에게 허락을 구했다. 병색이 짙은 아내를 보다 가까이서 돌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는 “의지할 곳 하나 없는 내게 유일한 희망이었던 아내에게 이제는 내가 희망이 되고 싶었다”며 “재발 위험이 있어 여전히 6개월에 한번씩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며 상태를 지켜보고 있는데 간단히 치료할 수 있는 병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더 기다릴 수도 없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봐도 그 때 아내를 붙잡은 것은 참 잘 한 일”이라고 말했다.
　
왜 성진우는 이미 법적인 부부가 됐다는 사실을 뒤늦게 밝힐 결심을 한 것일까? 2009년 트로트 가수로 전향 후 슬럼프를 겪던 그는 “혼인신고 당시 나는 결혼 소식을 알릴 만큼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대중의 관심에 멀어진 자신의 근황을 굳이 알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지금에 이르렀다. 하지만 최근 방송 노출이 잦아지며 결혼 사실이 연예인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누가 될 새라 매사에 노심초사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그는 더 이상 숨기지 않기로 마음 먹었다.
　
성진우는 “공개할 시기를 놓쳤던 것 같다”며 “내가 인기 스타도 아닌데 아내는 함께 외출할 때면 ‘나 코디(네이터)하고 해’라고 속삭인다. 가슴이 아프고 나에게 화가 나더라. 더 이상 아내에게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고,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싶었던 나를 지켜준 아내를 내가 지키기 위해 고백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1994년, 스물 넷의 나이에 ‘포기하지마’로 데뷔한 그는 등장과 동시에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소위 말하는 ‘배고픈 시절’이 없었다. 그게 독이 됐다. 슬럼프라는 낯선 환경 앞에 속절없이 무너졌다. 스스로 한없이 못났다는 생각이 들어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을 때 지금의 아내가 “내가 밥 사줄게”라며 선선히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은 뒤에야 ‘인기의 맛’이 아니라 ‘노래하는 맛’을 알게 됐다.
　
성진우는 “23년간 노래를 불렀는데 최근에 와서야 멋을 빼고 맛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어떤 무대에 서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무대에서 즐겼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수 인생은 자신이 부른 노래의 제목 따라 간다고 했던가. ‘포기하지마’라는 히트곡처럼 그는 트로트 무대에서는 신인의 자세로 과거의 성진우를 지우며 새로운 삶을 쓰고 있다. 모든 고백을 마친 후 홀가분한 듯 “포기해야 할 건 빨리 포기하는 것도 답”이라며 농담을 건네는 그는 “어렵게 가진 아이의 심장소리가 11주 만에 멈춘 후 실의가 빠진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반려견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다. 시간이 흘러 아내의 건강이 좋아지면 우리 두 사람의 아이를 갖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