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카페 교회’가 느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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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주엽 문화부 선임기자

전통이 깊은 미국의 월간지 애틀랜틱이 얼마 전 한국에서 ‘카페 교회’(Cafe Church)가 늘고 있다는 기사를 실었다. 카페 교회란 용어는 여전히 기독교의 영향이 큰 미국에서도 등장한 지 얼마 안 된다. 지난 세기 후반에는 ‘카페테리아 기독교’란 용어가 나왔다. 이는 셀프서비스 식당에서 입에 맞는 음식을 고르듯 자신에게 맞는 교리만 선택해 지키는 기독교 신자나 단체를 가리키는 다소 경멸적인 말이다. 비슷한 의미의 ‘교회 쇼핑’(Church-Shopping)도 개신교 신자들이 마음에 드는 목회자의 설교를 찾아 이 교회 저 교회로 옮겨 다니는 걸 말한다. 그 이면에는 현실 교회에 대한 실망과 불만이 깔려 있다. 미국 복음교회 신자 10명 중 7명은 ‘교회 쇼핑’ 경험이 있다는 조사도 있다.

근래 등장한 카페 교회는 의미가 다르다. 열린 공간인 카페를 예배 장소로 사용해 신도끼리의 친교, 지역 공동체에 대한 개방성과 봉사 등을 중시하는, 21세기의 대안적 예배문화와 교회운동으로 정의된다. 성서의 근거를 내세우기도 한다. 사도행전 2장 42절의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오로지 기도하기를 힘쓰니라’라는 구절이 그것인데, 예수 이후 사도들을 따르는 교인들이 서로 친교하며 음식을 나누는 초기 교회공동체의 모습을 지향한다.

‘한국에서의 카페 교회 증가’라는 제목의 애틀랜틱 기사는 서울 도심 한 카페 교회의 예배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에서 전자 키보드와 통기타로 찬양곡을 반주하는 가운데 젊은 목사가 예배를 인도한다. 예배가 끝나면 커피를 마시며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카페 교회는 예배가 없는 평일에는 일반 카페로 바뀐다. 커피 가격도 주변에 빼곡히 들어찬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보다 저렴하고, 다양한 책을 갖춰 지역 주민들의 작은 도서관 역할도 한다.

현실은 이 묘사처럼 낭만적이진 않다. 기사 중에 나오는 카페 주인인 40대 목사의 “요즘 한국에서 교회와 카페가 가장 버티기 어렵다”는 언급이 현실에 가까울 것 같다. 2015년 말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카페는 약 5만 개에 달한다. 신자 대비 교회 수 역시 포화 상태가 된 지 오래지만, 연 7000명가량의 신학대 졸업생이 배출된다. 대형교회가 신자를 빨아들이면서 이들 목회 지망자들이 개척교회를 엄두 내기는 쉽지 않고, 작은 교회는 생존의 문제에 봉착해 있다. 카페 교회는 이런 수급불균형의 위기에서 찾는 돌파구로 볼 수 있다.

애틀랜틱의 기사를 쓴 미국인 기자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한 프리랜서 작가여서인지 정치·사회적 시각에서 이 현상을 짚고 있다. 카페 교회가 늘어나는 이유는 피라미드식 계급구조로 딱딱하게 제도화된 한국의 대형 교회와, 각종 스캔들을 일으키며 극히 보수적인 행태를 보이는 이들 교회의 목회자들에 대한 반발 때문이라는 것이다. 젊은 신자들이 작은 대안 교회를 찾고 있으며 카페 교회는 그중 하나의 형태라고 본다. 한국에서 제도종교를 벗어나 대안적 신앙을 찾는 흐름은 개신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한국의 주류 종교가 신도 감소와 고령화만 걱정할 게 아니라, 카페 교회 증가의 원인에 대해 열린 시각으로 분석하고 고민해 본다면 해결책이 보일 수도 있다.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