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입주기업 90%이상이 국내 中企

- 지방산단 전락 위기

6곳,外人투자유치 실적 전무
첫삽 못뜨고 구역해제된 곳도

외국자본 유치를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삼으려는 국내 경제자유구역 대부분이 사실상 이름값을 못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세금 감면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되는 전국 8곳의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해 있는 기업 90% 이상이 국내 중소기업으로 채워지는 형국이다.

2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지역별 경제자유구역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해 있는 5인 이상 기업은 4964개, 이 중 외국인 투자지분이 10% 이상인 기업은 261개(5.2%)에 불과하다. 외국인투자유치(FDI) 실적 또한 2004년부터 누적 집계액이 137억5000만 달러(약 15조3615억 원)에 그쳤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외투실적의 7.3% 수준이다. 그나마도 대부분 실적은 인천경제자유구역과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에 국한됐다. 두 곳의 실적(115억7000만 달러)을 빼면 나머지 6곳은 실적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현상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경제적인 측면보다는 정치권의 무리한 생색내기와 자치단체의 개발 일변도 정책 때문이다. 실제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 광역단체에 ‘나눠 먹기식’으로 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되다보니 지방산업단지만도 못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또 지자체마다 미래 유망직종인 첨단산업만을 유치하려다 보니 일부 업종의 경우 중복되거나 지역 간 과도한 경쟁으로 기반시설 구축에만 수천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인천과 충북 경제자유구역의 바이오산업과 광양만과 동해안권의 해양물류산업, 부산진해와 새만금의 해양레저산업 등은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들도 어디에 투자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애초부터 투자유치에 적합하지 않은 곳을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해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해체된 곳도 부지기수다. 도로와 철도가 관통하고 있어 토지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충주지구(에코폴리스, 2.33㎢)가 충북경제자유구역에서 지구지정 해제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국 8개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된 사업구역 면적만 259㎢에 달해 최초 지구지정 당시 580㎢보다 절반가량이 줄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경제자유구역이 지역 균형발전 명분에 휘둘려 남발된 면이 있다”며 “성격과 기능이 유사한 곳은 통합하든가 재정비해 선택과 집중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 지건태 기자 jus216@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