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미세먼지 東風 덕분에 잠잠… “내달도 맑은 하늘 자주”

북서풍 불면 다시 한반도 비상
오염 물질 유입 中과 연구해야

봄철 내내 미세먼지와 황사로 뿌옇던 대한민국의 하늘이 최근 거짓말처럼 맑아졌다.

서울의 하루 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 6일 195㎍/㎥까지 치솟으며 ‘매우 나쁨(151㎍/㎥ 이상)’ 기준을 훌쩍 넘겼으나 26일에는 24㎍/㎥로 8분의 1수준까지 떨어졌다. 이후에도 ‘좋음(0~30㎍/㎥)’ 기준이 당분간 유지될 전망이다. 미세먼지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중국이 일제히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도 아니고, 국내 경유 차량이 일제히 시동을 끈 것도 아닌데 갑자기 하늘이 맑아진 이유를 궁금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최근 들어 방향이 바뀐 바람 때문이다.

장임석 국립환경과학원 대기질통합예보센터장은 29일 “최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크게 낮아진 이유는 한반도 북동쪽에 있는 오호츠크해 부근에서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동풍이 불어와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아줬기 때문”이라며 “다시 북서풍이나 서풍이 불어오는 가을까지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만큼 6월에도 지금처럼 푸른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봄에는 중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내몽골 및 고비사막에서 발생한 황사가 북서풍이나 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된다. 반면 여름에는 상대적으로 깨끗한 태평양에서 고기압이 발달, 남쪽에서 바람이 불어와 중국발 미세먼지를 막아준다. 또 장마가 시작되면 대기 중에 쌓인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효과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중국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대응을 못하면서 “경유차와 고등어만 때려잡는다”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부가 중국에 책임을 묻는 것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중국에 할 말은 하면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동술 경희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이날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중국발 오염물질의 유입이 주요 원인이지만, 오염 원인에 관한 연구 결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문제”라며 “중국과 함께 기초연구를 진행해 오염 원인을 조속히 밝혀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신도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가을부터 바람이 다시 서풍이나 북서풍 계열로 바뀌기 때문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다시 한반도로 날아오는 날이 많아질 것”이라며 “중국만 탓할 게 아니라 새 정부도 적극 중국과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