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취업 블루오션 ‘강소기업’을 찾아라>출산율 꼴찌에 노동생산성은 바닥… 한국 노동시장 ‘二重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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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청년고용 실태 - ② 생산가능 인구 급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5.3%였다.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청년실업률을 자랑하는 독일(6.5%)보다도 낮았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를 내세우지 못한다. 겉으로 보이는 지표와 달리 일본의 현실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낮은 실업률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으로 분석한다. 소위 인구절벽의 함정이다. 일본과 비슷한 경제 성장 과정을 밟아온 우리나라도 인구절벽 위기가 현실화하고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생산가능인구는 2016년 3762만 명을 정점으로 급속히 하락하는 전환기에 놓여 있다. 2017년 하락으로 돌아선 뒤 2020년 3726만 명, 2030년 3387만 명, 2040년 2943만 명, 2050년 2590만 명, 2060년 2244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인구가 준다면? 지난 2006년 영국의 인류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인구 감소로 지구 상에서 가장 먼저 소멸할 나라로 우리나라를 꼽은 바 있다. 인구가 한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한다는 역사적 경험에 따른 분석이다. 2016년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에 불과하다. 이는 OECD 평균인 1.68명보다 현저히 낮다. 전 세계 224개국 중 최하위인 221위에 해당한다.

지금까지 인구절벽에 대비한 정부 정책은 출산장려와 이민 등 양적 접근에 치중돼 왔다. 기본적인 생산가능인구를 늘리자는 접근법이다. 일·가정 양립, 보육체계 개편, 청년고용 확대, 여성 고용률 제고 등 출산율 향상과 연관성이 높은 보건·복지·고용 부문 지출은 2015년 115.7조 원에서 2019년 140.3조 원으로 대폭 증가할 전망이다. 그러나 지출을 아무리 늘려도 정책 효과는 미흡한 게 현실이다. 출산장려 정책의 효과가 지표상으로 나타난 바는 미미하다. 이민정책의 효과도 다양한 외국인력이 유입돼 안정적인 경제활동에 기여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방법이다.

이 때문에 1인당 노동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질적 접근의 병행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홍재근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31일 “출산율 제고나 이민 확대는 성과를 내기 어렵고, 성과를 내더라도 15~20년 이상의 시차를 두고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구를 늘리는 전통적인 접근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홍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기업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을 개선하는 정책이 인구절벽의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확대 여지는 많다. 우리나라의 1인당 노동 생산성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OECD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29.9달러인데 반해 네덜란드는 52.3달러, 독일은 50.9달러, 미국 56.9달러, 스페인 40.4달러, 영국은 44.5달러, 일본은 36.2달러, 캐나다는 43.0달러, 호주는 45.9달러다. 우리나라의 취업자당 노동생산성 순위는 OECD 34개국 중 22위에 불과하고, OECD 평균(40.5달러)보다 10.6달러나 낮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기업 성장 정책 차원에서 나아가 인구절벽이란 당면한 경제사회 위기의 대안으로 재조명하고, 정책적 중요성과 당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생산인구 감소율에 맞춰 제조업의 고도화·자동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맞춰 경제 성장 방향을 잡은 것은 산업고도화 전략 측면에서 좋은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김 연구위원은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인터넷 인프라와 조선, 철강, 전자, 자동차 등을 주력 산업으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30년 전부터 인구절벽 현상을 겪었지만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있는 독일은 참고할 만한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지난 1985년 66.3%를 정점으로 꾸준히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독일은 정면돌파 전략을 택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베트남, 중국 등 저임금국가로 공장을 옮기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핵심 생산기지를 자국 내에 두며 생산성을 높이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려면 저렴한 인건비나 신속한 생산체제 등을 자랑하는 다른 제조국가들을 이길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독일은 이를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에서 찾으려 노력했다. 2011년부터 공정 디지털화와 스마트 공장 도입 등 제조업 혁신을 위해 추진된 ‘인더스트리 4.0’은 그 시작이었다. 이와 더불어 독일은 해외에 나가 있는 자국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기 위해 각종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 정책을 폈다. 그 결과 독일의 스포츠용품 제조사 아디다스가 1993년 해외로 모든 생산공장을 옮긴 지 23년 만인 지난해 9월 독일에 새로운 공장을 세우는 등 정책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진영 기자 news119@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