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徐遊記>(1138) 55장 사는 것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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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大田)의 ‘백제호텔’ 라운지에서는 시가지가 다 내려다보인다. 라운지가 68층에 있기 때문이다. 오후 1시 반. 라운지의 밀실 소파에 앉은 김광도가 앞에 앉은 정일수한테서 보고를 받는다. 정일수는 이번 출장에 수행한 비서실 부장으로 김광도의 개인 용무를 전담하고 있다. 정일수가 말을 이었다.

“조희연 씨의 학력, 경력은 기록과 일치합니다. 선명대에서 영문학 석사 과정도 마쳤고 대금여고에서 3년 교편을 잡은 후에 10년 동안 대금재단에서 교육사업을 관리했습니다.”

대금재단은 대금그룹에서 세운 불우아동, 문제아동을 위한 교육사업재단이다. 조희연은 대금재단의 상무이사로 실질적인 책임자와 같다. 정일수가 서류에서 시선을 떼고 김광도를 보았다.

“회장님, 조희연 씨는 남자관계가 복잡합니다.”

김광도가 눈만 껌벅였고 정일수가 작심한 표정을 짓더니 말했다.

“지금도 두 남자를 번갈아 만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의 행적을 수소문했는데 정확한 자료를 기준으로 해도 거쳐 간 남자가 8명입니다.”

“…….”

“재단 내부에서 걸레라는 소문이 났습니다. 부하 직원 3명하고도 깊은 관계를 맺었다가 끝냈으니까요.”

“…….”

“거미라는 별명도 있습니다. 교미가 끝나면 암거미가 수거미를 잡아먹는 종(種)이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관계를 갖고 나서 얼마 후에 재단에서 쫓아냈으니까요.”

“…….”

“그리고…….”

시선을 내린 정일수가 탁자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조희연 씨는 10년쯤 전부터, 그러니까 재단에 들어올 때부터 재단 이사장이며 대금그룹 명예회장인 고석대 씨와 관계가 있습니다. 그 증거를 확보했습니다.”

그때 김광도가 물었다.

“그 정도면 소문이 났을 것 같은데 김 의원은 모르고 있었을까?”

“모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대답한 정일수가 덧붙였다.

“회장님과의 관계가 잘못될 가능성이 큰데 알면서 소개했을 리가 없지요.”

대전지역 국회의원 김인중이 조희연을 소개해 준 것이다. 김인중과 대금그룹 회장 고석대는 막역한 사이다. 현재도 김인중의 후원회장이 고석대인 것이다. 김광도가 손목시계를 보았다. 오후 1시 40분이 되었다. 2시에 이곳으로 조희연을 데리고 김인중이 들어올 것이다. 고향인 대전지역 국회의원 김인중과는 자주 연락하는 사이였다. 딱 어울리는 신붓감이 있다면서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몇 번이나 김인중이 부탁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만나기로 한 것인데 김광도가 누구인가? 만나기 전에 조희연에 관한 조사를 시켰고 지금 보고를 받는 중이다. 정일수가 말을 이었다.

“조희연은 낭비벽이 심하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차는 독일산 람보를 타는 데다 명품을 좋아하고 100평대 단독 주택에 살고 있는데 받는 보수보다 지출이 더 많습니다.”

“…….”

“본인은 부모가 준 유산이 많다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하지만 은행 지점장으로 퇴직한 부친은 재산이 50평대 아파트 한 채에 3억 원대 상가 하나뿐입니다.”

스폰서인 대금그룹 고 회장이 지원해주었을 것이다. 그때 김광도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사는 사람인지 궁금해지는군, 사는 방법도 여러 가지니까 말이야. 어쨌든 만나보기나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