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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파워인터뷰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02일(金)
“창의력, 無에서 有 아닌 전혀 관계없는 것을 연결하는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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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니스 홍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는 “언제나 이길 수는 없지만, 언제나 배울 수는 있다”며 “호기심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강조했다. 5월 26일 서울 중구 청계천변 로봇 조형물 앞에서 홍 교수가 다양한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손가락으로 앵글을 만들어 보이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munhwa.com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데니스 홍 UCLA 기계공학과 교수

시각장애인이 운전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 데니스 홍(46) 미국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캠퍼스 기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브라이언’(BRIAN·Blind Research Interfaces for Advanced Navigation) 덕분이다. 미국 유명 과학·기술 저널 ‘파퓰러사이언스’는 홍 교수를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했고, 워싱턴포스트는 그를 ‘로봇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라고 불렀다. 항상 열정에 넘치고,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기(inspire)’ 위해서는 미국에서 한국을 찾는 일을 마다치 않는 그를 지난 5월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한국 모 대학과 연구 협의를 위해 방한한 그는 협의 시간을 제외한 대부분을 여러 강연에 쏟았다. 청년 멘토링을 위해 전남 여수행을 앞둔 홍 교수를 어렵사리 만났다.

데니스 홍 교수를 유명하게 만든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에 관한 질문부터 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이야기를 하기 전에 무인자동차 이야기부터 해야 해요. 지금은 구글이나 우버, 애플 등에서 무인자동차를 많이 다루지만 2007년엔 ‘무인자동차가 있을 것 같아?’ 이런 질문에 대부분은 ‘언젠가는 있겠지만, 지금은 공상과학에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야’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2007년에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챌린지를 열었어요. 무인 자동차 대회였죠.”

홍 교수는 그때 버지니아공대에서 교수가 된 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그는 이 대회를 교육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고 한다. 그래서 46명의 학부 학생과 6명의 대학원생으로 팀을 꾸렸다. 말하자면 학부 팀이었던 것. 다른 팀들은 교수나 포닥(post doctor·박사 후 과정)으로 연구 팀을 꾸리며 “홍 교수, 그렇게 팀을 구성해서는 절대로 못 이기는 거 알지?”라며 비웃었단다. 하지만 당당히 3위에 오르며 공상과학에만 나올 법했던 무인자동차를 성공시켰고, 과학기술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홍 교수가 무인자동차로 아주 큰 성공을 거둔 그때 미국맹인연맹(NFB)에서 ‘과학자들이 무인자동차를 만들면 시각장애인을 위한 차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전 세계 대학과 연구소에 “만약 시각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들 수 있으면 도전하라”는 공고를 냈다.

홍 교수는 “무인자동차는 이미 만들었고, 그 차에 시각장애인만 태우면 되니까 우리 팀은 정말 신났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대는 첫 회의 때 완전히 무너졌다. “첫 미팅에 부푼 가슴을 안고 갔는데, 온 사람이 저 하나인 거예요. 지원자가 아무도 없었어요. 그날은 정말 제 인생에 가장 충격적인 날이었습니다.”

홍 교수는 곧 엄청난 실수를 한 사실을 깨달았다. NFB가 원한 자동차는 시각장애인을 태우고 돌아다니는 차가 아니라 시각장애인이 직접 판단하고, 운전하는 차를 만드는 대회였다. “정말 설명을 듣는 순간, ‘오 마이 갓’이 저절로 나왔어요. 한다고 했다가 지금 빠져도 창피할 것 같아 정말 어쩔 줄 몰랐죠.”

그는 다른 교수들한테 이메일이나 전화로 왜 참가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답은 3가지였다.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이 어떻게 운전하느냐, 불가능하다”거나, “시각장애인용 차를 만들어서 뭐하느냐, 돈도 안 되지 않느냐”, “시각장애인이 뭐하러 운전하러 나오느냐. 집에나 있어야지”라는 반응이었다고 한다.

홍 교수는 “다들 불가능하고 안 된다고 하니 오기가 생기더니 다음에는 이 프로젝트를 꼭 성공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면서 “그래서 도전했다”고 말했다.

며칠을 끙끙대며 방법을 찾으려 해도 잘 안 됐다. 그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이유가 정작 이 기술을 사용할 시각장애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하루는 안대를 해봤다. 이리저리 부딪히길 수차례 반복하다 정말 답답해 못하겠다 싶어 안대를 풀었는데, 3시간쯤은 지났을 것 같았던 시간이 3분도 채 안 지났다.

바로 그날 학생들과 함께 4시간 30분 가량 운전해 NFB 본부로 간 그는 2박 3일 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시각장애인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다.

홍 교수는 “시각장애인도 우리와 같은 사람이란 사실을 깨닫자 여러 가지 문제들이 풀렸다”면서 “자동차나 운전에 관한 프로젝트가 아니라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정보를 얼마나 빨리 정확하게 전달하느냐는 사용자 환경(UI)에 관한 연구였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첫 테스트 때는 짜릿했을 것 같습니다.

“차가 삐뚤삐뚤하게 갔어요. 난 자동차는 안 보고 컴퓨터 화면만 봤는데 화면에 갑자기 도착이라는 알람이 뜨는 거예요. 그때 저는 제 인생을 바꿀 장면을 봤습니다. 바로 운전하는 분의 얼굴이었죠. 태어나서 그렇게 환한 웃음을 본 적이 없었어요. 그때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람 한 명을 행복하게 해줬는데, 이 기술 개발에 성공하면 전 세계 모든 시각장애인에게 행복을 줄 수 있겠구나. 그래서 개발한 게 브라이언이고, 그걸 성공시켰습니다. 하하.”

―그런데 특이하게도 팀에 석사가 아닌 학부 학생들을 많이 두더군요.

“제 경험 때문이기도 했죠. 한국에서 대학 다닐 때 전 정말 로봇연구가 하고 싶었고, 그래서 대학 입학하자마자 교수님을 찾아가 ‘교수님, 저 홍원서(데니스 홍의 한국 이름)라고 합니다’라고 인사했는데, 다들 신입생이 여기를 왜 오느냐, 나가라고 해서 정말 실망했습니다. 나중에 부모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그땐 제가 정말 기죽어서 살았다고 하시더군요. 어차피 대학원은 유학 가려 했는데, 일찍 미국으로 갔죠.”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3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 경희유치원, 반포초교, 방배중, 서울고를 거쳐 고려대에서 3학년까지 다니다 위스콘신대에 편입했다. 위스콘신대에서 존 유커라는 교수를 사사하면서 학부생으로 실제 연구에 참여할 기회를 얻었다.

홍 교수는 “무인자동차 프로젝트 때도 학부생들로 대거 팀을 꾸렸는데, 학부 학생도 관심을 가지고 지원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구하는 데 트렌드도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많이 하는 분야는 재미없어해요. 아무도 시작하지 않은 분야를 개척하는 것을 좋아하죠. 2007년에 세계 3번째로 무인자동차를 성공시키자 다른 연구자들이 우르르 이 분야로 몰려 왔죠. 전 그럼 그 분야에서 빠져 새로운 것을 시작합니다. 다음에 한 게 시각장애인용 자동차인데, 이게 성공하니까 이 분야로 또 몰려 왔죠. 그래서 전 딱딱한 소재가 아니라 아메바처럼 물렁물렁한 소재로 로봇을 만드는 ‘소프트 로보틱스’ 연구를 했어요. 그다음에는 휴머노이드 연구로 옮겨 갔습니다. 재난구조 로봇 대회 이후 미국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연구가 주목받기 시작했는데, 지금 저는 또 다른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나가고 있습니다.”

연구 한 분야만 해도 제대로 하기 힘든 세상에 이것저것 할 수 있는 창의력이 어디서 생기는 걸까.

―그토록 다양한 창의력의 원천은 무엇입니까.

“호기심이 많아요. 그래서 흔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보려 합니다. 특히 아이디어를 고민할 때는 말도 안 되는 황당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봅니다. 그러면 황당한 대답이 나와요.”

―그런 면에서 아들의 도움도 큰 것 같던데요.(그에겐 그가 ‘절친’이라고 부르는 아들 이산(8)이 있다.)

“맞습니다. 아이들의 창의력은 대단합니다. 얼마 전 실제 있었던 일인데, 길거리에서 자동차가 빵빵 하니까 이산이가 ‘아빠, 왜 자동차에는 빵빵만 있고,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는 없는 거예요’라고 묻더라고요.”

―창의력을 정의하자면 뭡니까.

“창의력은 무(無)에서 유(有)를 만드는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있는 건데, 전혀 관계없는 것들을 연결하는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결시킬 거리가 많은 것도 매우 중요하죠.”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요.

“연결시킬 거리를 만드는 것은 교육과 경험이 중요합니다. 전 여행처럼 익숙한 환경을 벗어나는 걸 즐깁니다.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창의력도 생깁니다. 전 굉장히 다양한 친구들이 있어요. 가야금을 하는 사람, 변호사, 동양철학자 등 다양하죠. 실제로 로봇 테스트 장비 가운데 줄의 장력을 조절하는 부분을 설계할 때는 가야금 안족(雁足)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죠.”

그가 생활 속에서 얻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로봇 곳곳에 녹아 있다. 안족에서 힌트를 얻은 것은 지뢰제거용 로봇 개발 중 다리 6개짜리 로봇을 만드는데 다리를 테스트할 기계장치의 끈의 장력 조절 부분 설계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 가야금의 안족에서 장력 조절 메커니즘을 응용했다. 카페 촛농 받침에서 힌트를 얻어 로봇 윤활장치 기름받이를 만들었고, 로봇 관절 설계가 안 될 때 뉴욕 자연사박물관에 있던 멸종된 사슴 무릎의 이중 관절 구조를 봤던 것을 응용했다. 홍 교수의 부친은 우리나라 항공우주공학 대표 학자인 홍용식 박사다. 과학계 일가를 이룬 집안에서의 창의성 교육은 남다를까. 창의력 교육의 근간을 물었다.

“결국 교육은 집에서 시작됩니다. 가정교육이라고 해서 예절 그런 게 아니라 가정교육의 근본은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안정된 베이스캠프가 있으면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혁신은 절벽에서 아슬아슬하게 갈 때 나옵니다. 떨어지는 게 두려우면 안전한 곳으로 가게 되니까요. 그러면 창의적인 것은 안 나오죠. 어렸을 때부터 사랑을 받는 베이스캠프가 있다면 새 도전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게 됩니다. 그게 결국 창의적인 것과 연결됩니다.”

―사랑으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다른 것도 있죠. 호기심도 굉장히 중요해요. 모든 어린이는 눈이 반짝거리는데, 어른들은 커가면서 반짝거림이 없어집니다. 과학자로 중요한 자세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과학의 전제 조건,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걸 도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뒤집어 돌려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러면 로봇도 새롭게 나옵니다.”

―어렸을 때 공부를 잘했을 것 같은데.

“아니에요. 초등학교 때 산수나 과학, 미술은 ‘수’를 맞았지만, 지리나 역사, 사회, 도덕은 ‘가’였어요. 7세 때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정말 멋지다’ 생각하면서 로봇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꾸게 됐죠. 과학은 아주 좋아했어요. 미술은 창의적인 것을 좋아해 수를 받았고요.”

―그럼 산수는요.

“산수는 싫어했어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로봇을 하기 위한 도구는 과학이고, 과학을 하기 위한 언어는 수학이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결국 로봇을 만들기 위한 꿈을 위해선 수학을 해야 했죠. 그래서 싫었지만, 열심히 해서 수를 받았어요.”

전 세계 인공지능(AI)이나 각종 로봇 연구에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로봇은 ‘다윈’(DARwIn)이란 휴머노이드다. 그런 다윈을 만든 것이 홍 교수다. 미국 국가과학재단(NSF)에서 지원받아 개발했다. 홍 교수는 세계 연구자들이 다윈을 이용해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도면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공개했다. 주변에서는 엄청난 돈을 벌 수 있는데 힘들게 개발한 것을 왜 공개하느냐며 만류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내가 왜 다윈을 만들었지?” 스스로 한 질문에 “연구용 로봇을 만들기로 했으니 여럿이 연구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단다.

홍 교수는 “예를 들면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는 친구가 어떤 알고리즘을 떠올리고 실험하려 해도 실험할 하드웨어가 없어 고생하곤 한다”면서 “다윈을 오픈해 누구든 실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홍 교수를 잠깐이라도 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의 열정적인 에너지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시종일관 장난스럽고 궁금해하며 열심히 말한다. 오죽하면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 발길질 등 장난이 심해 부친이 아들이 태어나면 이름을 인기 만화 ‘개구쟁이 데니스’를 따 ‘데니스’로 짓자고 했을 정도다.

그에게 열정의 근원을 물었다. “눈이 반짝이는 학생들이 있는 캠퍼스에서 일하는데, 우리 연구소는 로봇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디즈니랜드보다 재밌고, 신나는 곳입니다. 로봇과 관련된 도구와 기계, 논문, 재료, 동료가 있는데 그런 환경에서 어떻게 열정이 안 나올 수 있겠습니까.”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그는 몇 가지 말을 덧붙였다. “7세 때는 단순히 로봇이 멋있다는 동경만 있었다면 이제는 내가 개발한 기술이 사람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신념이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용 자동차 개발에 성공했을 때 운전자 부인이 달려가 시각장애인 남편과 껴안고 우는 장면을 보고 ‘정말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 다윈을 활용한 논문이 쏟아져 나오는 것을 보고 ‘진짜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구나’ 하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걸 보고 어떻게 열정 없이 살 수 있겠습니까.”

항상 밝은 그에게 시련은 없었을까.

그는 버지니아공대에서 UCLA 교수로 옮길 때 그가 2003년 버지니아공대에 설립한 로봇연구소 ‘로멜라’(RoMeLa·Robotics and Mechanisms laboratory)를 이전하는 과정에서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을 느끼고 큰 시련을 겪었다고 한다.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듯, 순간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평소엔 큰 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단다. 비결을 물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페이스북을 켜 자신의 글을 보여줬다. “저는 걱정거리가 없는 것이 아니라 걱정을 해야 할 때만 합니다.”

그는 다른 이야기도 들려줬다. 2013년 DARPA에서 재난구조 로봇 대회를 개최했다. 참가팀 가운데 8명을 선발하는 예선전에서 1점 차로 9위에 머물렀을 때 한 학생이 펑펑 울더란다. 홍 교수는 그 학생에게 “항상 이길 수는 없다, 하지만 항상 배울 수는 있다”고 격려했다. 긍정의 힘 덕이었을까. 이 대회에서 예선 탈락인 줄 알았던 로멜라 팀은 예선 1위였던 기업이 구글에 인수된 뒤 대회 출전을 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나중에 추가 합격해 결선에 진출했다.

홍 교수에게 한국의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에 대한 조언을 부탁했다. 그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절벽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실패하면 돈을 못 받는다. 기업에서 실패하면 잘린다. 한국에는 일반적으로 실패를 허용하는 문화가 없다”면서 “실패를 허용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어떤 연구를 진행해 본 결과 예상과 달리 안 된다는 결론이 나오면 그걸로 논문을 낼 수 있다”면서 “내 실패가 다른 사람에게 참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한국은 당장 돈이 되는 것을 연구하는데,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좋지만 연구자는 창의적인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원천기술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은 눈에 보이는, 멋있는 로봇 연구를 많이 한다”면서 “‘재난구조 때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로봇을 만들어 보자’고 하면 일본이나 한국이 아닌 미국이 팍팍 만들어낼 수 있는 힘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에게 있어서 로봇이란 어떤 존재일까. 동반자? 피조물? 모든 예상을 깨고 그는 “도구”라고 잘라 말했다. 다소 실망한 듯한 반응을 보이자 홍 교수는 “로봇은 사람이 하지 못하는, 혹은 해서는 안 될 일을 대신해주는 지능적인 기계”라며 “그래서 도구”라고 설명했다. 원자력발전소에 사고가 나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으면 로봇이 대신 들어가고, 공장에서 노동자들이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하는 것을 로봇이 대신할 수 있다는 것. 그 시간에 사람들은 재미있는, 또는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로봇관(?)이다.

한국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부탁했다. 그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해야 할 일을 해야 할 때 하면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게 됩니다”라고 당부했다.

인터뷰 = 장석범 차장(경제산업부) bum@munhwa.com
정리 = 윤정선 기자 wowjota@munhwa.com
e-mail 장석범 기자 / 조인트벤처 / 차장 장석범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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