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6분기 만에 ‘0%대 성장’ 탈출, 경기회복 모멘텀 살려야

한국은행은 2일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1.1%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6분기 만에 ‘0%대 성장’에서 탈출한 셈이다. 한 달여 전 발표됐던 속보치보다 0.2%포인트나 높아졌으니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법도 하다. 부동산시장 호황에 따른 건설투자 증가율(6.8%)과 반도체·석유화학을 중심으로 한 수출 증가율(2.1%)이 성장세를 이끌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4%로 괜찮은 편이다. 제조업 성장률 역시 6년3개월 만에 최고치다. 올해 성장률이 2%대 후반을 넘어 3%대에도 진입할 수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이다. 지루한 저성장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한국경제로선 반가운 소식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냥 좋아하기엔 ‘불편한 진실’들이 수두룩하다. 일자리 창출 여력이 큰 서비스업 성장률은 0.2%로 미미하다. 내수도 아직 살아날 기미가 없다. ‘민간소비 증가율 0%대’가 그 근거다. 소비를 제약하는 가계부채와 사상 최악의 청년실업률 등 난제도 널려 있다. 북핵 리스크, ‘도널드 트럼프발’ 초(超)불확실성, 미국 금리 인상 후폭풍, 유럽 정치지형의 격변 등 변수들도 만만치 않다. 나라 안팎으로 악재들이 여전히 첩첩산중이라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든 건 다행이다. 하지만 최근 문 정부의 정책 행보를 보면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자리 100일 계획’만 봐도 그렇다. 양질의 일자리는 기업에서 나온다는 사실은 만고의 진리다. 기업을 향해 ‘비정규직 남용 부담금’ 등과 같은 ‘징벌적’ 대책을 마구 쏟아내면 기업들이 활발한 경제활동에 나설 리 만무하다. 가뜩이나 재계에 미칠 충격이 클 기업 때리기 정책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어 기업들이 잔뜩 겁을 먹고 있는 터 아닌가. 노동 등 구조개혁과 규제 완화는 게을리한 채 반시장·반기업 정책만 남발하면 모처럼 만에 잡은 성장의 모멘텀도 곧 사라질 수 있다. 문 정부는 이 점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