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더·발사대 2기 가동하면서 환경영향평가 병행

서주석 국방차관 중심 실무
靑 “제대로 하되 기간 짧게”

청와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와 관련해 진행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사실상 무효라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국방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우선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입장을 분석해보면 원칙적으로는 사업계획 인가 전 실시해야 하는 전략환경영향평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적법하게 절차를 진행하되 환경영향평가 기간은 최소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 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 자칫 미국이나 중국에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는 만큼 ‘국내적 조치’ 이상으로 사태가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 환경영향평가 관련 범정부 합동 태스크포스(TF)는 8일 오후 1차 회의를 개최해 환경영향평가 방식 등을 논의한다. TF 팀장은 국무조정실장이 맡지만, 서주석 국방부 차관을 중심으로 환경영향평가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미 배치된 사드 발사대 2기를 그대로 가동하는 상태에서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략된 전략환경영향평가 가능성에 대해서는 실무적인 검토를 하고 있지만, 사업인가 전에 진행되는 절차이기 때문에 어려움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청와대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국방부가 전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 차관이 청와대의 의중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청와대를 상당히 의식해 평가 계획을 짤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 실시되고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법적 근거가 없지만, 이미 사드가 배치되고 평가 절차가 어떤 식으로든 한 차례 이뤄졌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지금의 조치는 미국에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더 이상 국내에서 논란이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중국에는 중국을 무시하지 않고 외교적 노력을 충분히 다 하고 있으니 경제 제재를 풀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사드 문제를 외교적 현안 해결을 위한 카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청와대의 전략은 외교관 중심으로 국가안보실을 구성하면서 예견됐던 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채·유민환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