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항공우주산업과 일자리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권진회 경상대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교수

항공우주산업은 경제 파급 효과와 고급 일자리 창출 효과가 매우 큰 선진국형 산업으로, 선진국들은 자국 항공우주산업을 육성·보호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우리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항공우주산업 육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결과 주력 제조업들의 위기 속에서 수출과 일자리를 창출하는 신(新)성장동력으로 성장했다.

그동안 개발된 국산 항공기들은 자주 국방력 강화와 국민 안전 향상을 위한 다양한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천문학적 액수의 수입대체 효과를 거두고 있고, 세계 각국으로 수출하면서 첨단 기술직 고용 창출에도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 항공기가 미국 공군의 고등훈련기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국민의 세금과 우리의 기술로 개발한 항공기가 국내에서 오히려 외면받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앙119구조본부의 다목적 헬기 도입 사업 규격이 공개됐는데, 국산 헬기는 입찰 참여조차 할 수 없다. 가격 측면에서만 보면 국산 헬기가 외국산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필자가 파악한 바로는 국산 헬기에 대해 크게 두 가지 우려가 있는 것 같다.

우선, 대형 재난 발생 시 원거리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데, 국산 헬기는 그 거리를 감당할 수 없다고 한다. 사용자가 임무 수행 영역이 큰 헬기를 선호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헬기는 고정익 항공기처럼 고속으로 비행하지 못하며, 먼 거리를 신속하게 이동하기 어렵다. 따라서 헬기의 임무 범위를 너무 넓게 설정하는 것보다는, 전국을 몇 개 구역으로 나누고, 비상상황 발생 시 인접 지역의 헬기를 활용한다면 골든타임 내에 소방·구조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국산 헬기를 도입하기로 한 제주소방의 경우, 광범위한 지역을 담당해야 하는 기관임에도 항속거리를 620㎞ 이상으로 규정했다. 국산 헬기로 충분히 실질적 운용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음에도 외국 헬기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국산 헬기는 원래 개발 용도가 다르므로 소방 헬기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는 항공기 개발 시 제한된 국내 시장 규모를 고려해 항상 다양한 용도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본 기종을 개발해 놓고, 이후 여러 용도에 맞게 지속적으로 파생형 항공기를 개발해 나간다. 국산 헬기는 군용으로 개발됐지만, 민간 항공 규격을 대부분을 만족시키고 있다. 지난 5년간 군과 경찰 등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새 정부는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을 설치할 만큼 일자리를 우선 과제로 챙기고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첨단 연구·개발 직종이라면 더 많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 우리 항공우주산업은 범 기계 분야에서 거의 유일하게 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주력 기업들이 지방에 있지만 수도권 청년들도 취업을 선호하는 인기 직종이 됐다. 지속적으로 항공우주 분야의 일자리를 창출해나가기 위해서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국산 항공기 사용이 확대돼야 한다. 항공기는 개발과 제조 과정에서뿐만 아니라, 수십 년간의 운용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세계화 시대에, 성능이 뒤지는 제품을 우리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써 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근 선진국들은 자국 산업 보호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향후 정부와 공공기관이 제품의 성능, 구매 및 운영 유지 비용, 미래 먹거리 산업 육성, 일자리 창출이라는 종합적 관점에서 검토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