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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7년 06월 16일(金)
검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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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동 사회부 부장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인적청산으로 시작하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임명 이후 한 달이 안 돼 검찰 고위인사 9명이 물러나거나 잘렸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 취임 다음 날 물러난 것을 시작으로 돈봉투 만찬을 주동한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이 5월 18일 사표를 냈다. 이어 다음 날 오전에는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을 맡아오던 이창재 차관이 사의를 밝혔고, 오후에는 검찰총장을 대행하던 김주현 대검차장까지 사표를 던졌다. 이후 이달 8일 법무부가 “과거 중요사건에 대한 부적정 처리 등의 문제가 제기되었던 검사”라고 보도자료에 적시하며 윤갑근 대구고검장, 김진모 서울남부지검장,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 전현준 대구지검장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인사를 단행하자 전원 사표를 냈다.

검찰 안팎에선 이들이 우병우, 세월호, 통합진보당, 피디수첩 사건 등의 수사 책임자 또는 관련자여서 ‘인사’가 불가피했다는 지적도 있지만, 논란이 있을 수 있는 사건처리에 대해 당사자에게 해명할 기회도 주지 않고, 인민재판하듯 공개적으로 ‘사건을 부적정 처리한 문제 검사’로 낙인찍어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행태는 볼썽사납다. 특히 정윤회 문건 사건을 담당했던 유상범 창원지검장과 정수봉 대검 범죄정보기획관을 각각 광주고검 차장과 서울고검 검사로 좌천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 해당 문건은 정윤회 씨가 강원 홍천에서 매달 2회 서울로 올라와 강남에서 문고리 3인방 등 청와대 핵심 비서관·행정관 10명(십상시)과 회동해 청와대와 정부 인사 및 국정 운영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아무런 근거도 제시되지 않은 허위에 가깝다. 이를 마치 엄청난 국정농단의 비밀을 보고도 덮었다는 식으로 접근해 두 사람을 쳐내는 건 꼬투리를 잡아 정적을 제거하는 봉건왕조나 공산정권의 음험한 권력투쟁을 연상시킨다. 이런 일련의 인사는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오롯이 청와대의 의지가 관철되는 것이어서 구정권의 검찰 줄 세우기와 다를 게 없다.

검사가 불의를 보면 일신의 안위를 염려하지 말고 공명정대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검사를 조금만 하다 보면 감이 온다고 한다. 이 사건을 제대로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현직 이명박 대통령의 사저 부지 매입 사건 같은 걸 눈치 없이 열심히 하면 다음 인사 때 물먹는 건 100%다.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하루 이틀만 위에서 깔고 있으면 눈치채야 한다. 세월호 수사를 청와대와 법무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려 했던 변찬우 광주지검장은 그 뒤 인사에서 계속 물을 먹다 사표를 던졌고, 조은석 대검 형사부장도 한 기수 아래 후배가 가던 청주지검장을 거쳐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 처박혔다. 비리에 눈감고 출세하거나 법대로 주장하다 물먹거나 하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주는 게 검찰개혁의 요체다. 문 대통령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으로 여론의 박수를 받지만 이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다음에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윤석열과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인물이 벼락출세할 수도 있다. 대통령이 마음대로 주무르지 못하는 검찰인사 제도를 만드는 게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sdgim@munhwa.com
e-mail 김세동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세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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