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아동수당 취지 좋아도 완급 조절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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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하 순천향대 교수, 前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대선 복지공약을 하나둘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20만 원 수준의 기초연금은 2018년부터 25만 원으로 일괄 인상 후 2021년까지 30만 원으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내년부터 5세 이하 아동에게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 한다. 취지는 좋으나 문제는 재원 마련이다.

매년 10조 원 남짓 소요되는 기초연금 인상을 위해서도 향후 5년간 2조8000억 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국정위는 전망했고, 아동수당 신설에 연 2조6000억 원, 출산수당 연 4800억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그 외에도 건강보험 본인 부담 상한을 하위 50%에게 100만 원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에 매년 18조 원, 치매에 대한 건강보험 본인 부담을 10% 수준으로 낮추는 예산도 매년 3조 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복지공약을 시작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이행을 위한 향후 5년간의 필요 재원은 총 178조 원이라는 게 대선 과정에서의 자체 분석이었다.

복지공약이 4대강 사업과 같은 사회간접자원 공약과 다른 것은, 일단 시행했다 하면 불(不)가역성이 있고 고령화·저출산 등 복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필요 금액은 오히려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반면에, 이를 부담해야 하는 청·장년 수의 감소와 저성장 현상이 계속되면 경제적·재정적 감당 여력은 한계에 이를 위험이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국가채무 증가로 충당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조세나 사회보험료 인상 외에는 방법이 없으므로 공약 이행 계획을 발표할 때 세밀한 증세 방안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는 증세하지 않고 정부 지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만 184조 원이 늘어났다. 2016년 우리나라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38.3%이고, 조세 및 사회보험료를 합한 국민부담률은 26.3%로 OECD 평균 수준보다 낮으므로 국가채무가 더 늘어도 된다고 안이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복지 지출 등 재정 수요의 빠른 증가를 고려하면 경제가 어렵다 하더라도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도출해 내는 것이 바람직한 순서다.

문 정부가 진정 복지국가로 나아갈 뜻이 있다면 현재의 복지 제도 구조에서 급여 수준을 인상하거나 새로운 항목만 신설해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사회보험 중심의 복지 공급 체계는 소득이 비교적 안정적인 계층의 사회안전망으로서 역할은 어느 정도 하고 있지만, 정작 사회보험료를 내기 힘든 하위 소득계층에는 적절한 보장을 하지 못해 복지 제도 역시 양극화돼 있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사각지대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복지 시스템 개혁을 통해 비용 효율적인 복지 확대 방안을 구상할 필요가 있다.

아동수당도 기존의 무상보육 서비스와 기능을 재조정하지 않고 신설하는 방안은 신중해야 한다. 특히, 문 정부의 최고 국정 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도 현금성 복지보다는 사회 서비스의 확대를 우선하는 정책을 추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보장성을 낮게 만드는 가족 간병에 따른 비용 부담을 줄이는 간호간병 서비스 확대와 저출산 극복을 위한 보육 서비스의 획기적인 개선 등은 일자리도 늘리고 복지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모든 공약의 실현을 위해 무리하기보다는 공약들 간 우선순위와 완급의 조정을 통해 현세대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복지 정책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