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7.11.19 일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소설 徐遊記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03일(月)
(1157) 56장 유라시아 - 10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둥베이(東北)지방 랴오닝(遼寧)성의 성도인 선양(瀋陽)시에는 청(淸)의 초대 황제인 누르하치와 2대 태종이 건설한 황성(皇城)이 있다. 이곳이 청의 발원지였지만 3대 황제가 베이징(北京)으로 천도한 후에는 황제가 둥베이 지방을 순회할 때나 머무는 별궁 역할을 했다. 오후 3시, 황성 보수 사업장의 목공 유병이 관리부 전 주임 앞으로 다가가 섰다. 유병은 39세. 목공 조수로 21년을 지내다가 작년에 정(正)목공이 됐지만 보수는 월 6500위안, 이제 중학생이 된 아들 우만의 학비 대기에도 벅차다.

“무슨 일인데?”

전 주임은 29세, 대학을 졸업하고 시청에서 2년을 근무하고 나서 황성 관리부 보수사업부 주임으로 작년에 발령을 받았으니 공무원 경력은 3년이다. 월급은 2만 위안, 그러나 20만 위안이 넘는 자가용을 타고 다닌다. 그때 유병이 그늘진 얼굴로 전 주임을 보았다.

“주임, 이번 달에 3000위안만 가불해 주시오. 아들놈 교재비가 밀렸습니다.”

“경리부에 가서 말해.”

전 주임이 대뜸 말했으므로 유병이 책상 앞에 바짝 다가섰다.

“경리부에서 주임의 승인을 받으라고 했습니다.”

“내가 승인했는데 경리부에서 거부하면 내 체면이 어떻게 되는가?”

사무실 안에 사무원 셋이 앉아 있었지만 아무도 이쪽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유병은 가불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배수부의 황 씨는 전 주임한테 잘 보여서 10여 번이나 가불을 해갔다. 소문으로는 내년 월급까지 가불해갔다는 것이다. 황 씨와 전 주임이 같은 고향 사람이라는 둥, 이웃에 산다는 둥 소문이 많았지만 유병은 무관심했다. 그때 유병이 사정하듯 말했다.

“주임, 이번 한 번만 해 주시오. 아이가 내일 교재비를 가져가야 합니다.”

“글쎄, 난 못한다니까 그러네.”

버럭 소리친 전 주임이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내쏘듯이 말했다.

“사람이 융통성이 있어야지. 지금까지 3000위안도 다른 곳에서 빌릴 수 없을 정도로 처신해왔단 말인가?”

그 순간 유병이 멍한 표정으로 사무실에서 나가는 전 주임의 등을 보았다. 전 주임이 사무실을 나갔을 때 자리에 앉아 있던 채 씨가 일어나 유병에게 따라오라는 눈짓을 했다. 채 씨는 40대 중반으로 관리부 소속의 청소원이다. 황성에 30년 가깝게 근무한 터라 터줏대감으로 통한다. 사무실 옆 창고 뒤쪽으로 유병을 데려간 채 씨가 쓴웃음을 짓고 말했다.

“이보게 유 아우, 아우는 황성에서 20년 넘게 일해놓고 속사정을 모르고 있었는가? 참 답답하네.”

“속사정이라니요?”

“가불하려면 그 전날 전 주임 집에 찾아가야 한다는 걸 모르는가?”

“금시초문이오.”

“전 주임 동생인 전광이란 자가 대리인이야. 그 전광한테 가불할 금액의 1할을 먼저 건네주면 되네.”

채 씨의 얼굴에 쓴웃음이 번졌다.

“3000위안을 가불하려면 먼저 전광한테 300위안을 주면 돼. 그럼 다음 날 바로 3000위안이 나오네.”

“강도 같은 놈이군요.”

“배수부 황가 놈은 그렇게 해서 5년 후의 월급까지 가불해 갔다네.”

“큰일났네.”

어깨를 늘어뜨린 유병이 길게 숨을 뱉었다.

“채 형님, 주임 말대로 제가 3000위안도 주변에서 못 빌릴 만큼 융통성이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 문화일보는 소설 ‘서유기’의 글과 삽화의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 포털 상에서 블로그 등에 무단 사용하는 경우 인용 매체를 밝히더라도 저작권법의 엄격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 많이 본 기사 ]
▶ 자폭테러범 껴안고 산화한 25세 경찰 애도물결
▶ 美대법관, 성추문 옹호하려다 자폭발언…“나도 50명과 관..
▶ 박성현, 단독 선두 질주…39년 만에 전관왕 보인다
▶ 사격교관에 “아이씨”…헬멧 내던진 사병 ‘상관모욕 무죄’
▶ 박지원 “安, ‘제2의 YS의 길’ 가려해…명확한 입장 밝혀야..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가 18일 중도통합 의지를 재천명하며 ‘빅텐트론’을 꺼내 든 안철수 대표에 대해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길을 가..
ㄴ 국민의당 호남중진들 ‘중도통합반대’ 조직 만든다…安과 전면..
ㄴ 安 ‘통합론’ 재천명에 벌집 된 국민의당…“첫사랑 호남 버리나..
한국당 류여해 “포항지진은 文정부에 대한 경..
美대법관, 성추문 옹호하려다 자폭발언…“나도..
포항지진 대피소에 텐트·칸막이 설치해 사생활..
line
special news 박성현, 단독 선두 질주…39년 만에 전관왕..
시즌 최종전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3타 차 선두올해의 선수와 평균 타수 역전 가능성..

line
사격교관에 “아이씨”…헬멧 내던진 사병 ‘상관..
“쑹타오는 마술사 아냐…방북에 과도한 기대말..
추미애 “트럼프 정부와 말 안 통해 굉장히 실망..
photo_news
자폭테러범 껴안고 산화한 25세 경찰 애도물결
photo_news
“록키 너마저”…실베스터 스탤론, 10대 성폭행 의혹
line
[연재소설 徐遊記]
mark(1250) 61장 서유기 - 3
illust
[인터넷 유머]
mark음주에 관한 법률
mark통계로 본 남자와 여자
topnew_title
number 술취한 여중생 2명 택시 막아 걷어차고 70대..
미군 파일럿, 제트기로 하늘에 ‘이상한 형상..
‘테니스 스타’ 비너스 윌리엄스 집에 도둑…..
시청률 40% 벽 깨나… ‘황금빛 내인생’에 쏠..
이영학 “희망 있는 삶 원해…무기징역만은 ..
hot_photo
‘극비 결혼’ 개리, 아빠 됐다…“부..
hot_photo
카밀라 카베요 ‘하바나’, 뒤늦게 ..
hot_photo
방송인 김정민, 전 남친 재판서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