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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종호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7월 12일(水)
촛불, 革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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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세계 3대 시민혁명(市民革命)으론 대개 영국 명예혁명, 미국 독립혁명, 프랑스대혁명 등이 지목된다. 청교도혁명에서 이어진 명예혁명과 프랑스대혁명은 봉건 체제를 무너뜨리고 자본주의적 사회경제 체제를 확립한 부르주아혁명의 대표적인 예이기도 하다. 인류 문명이나 세계 역사의 변곡점이 된 혁명은 이 밖에도 드물지 않다. 18세기 후반 영국에서 시작됐던 제1차 산업혁명은 제2차와 제3차를 거쳐, 최근 제4차 혁명이 시작됐다고 한다. 실패로 끝났지만, 프롤레타리아혁명도 한동안 세계를 풍미했다. 혁명은 주도 세력이 내세운 상징적 색깔이나 사물 등에 따라 이름이 붙여지기도 한다. 중앙아시아 지역의 조지아 장미혁명, 우크라이나 오렌지혁명, 키르기스스탄 레몬(튤립)혁명 등이다. 더 넓게는 식탁혁명·패션혁명 등 생활의 크고 작은 변화도 혁명으로 부른다.

그러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의 참담한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촉구했던 촛불집회·시위도 혁명인가. 그렇게 일컫는 정서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혁명이라고 하긴 어렵다. ‘비합법적 수단으로 국체(國體) 또는 정체(政體)를 변혁하는 일’ ‘기존 사회체제를 폐기하고 한층 고도의 새로운 사회체제를 세움으로써 근본적인 전환을 가져오는 것’ 등 일반적 정의(定義)의 혁명과는 거리가 멀다. 헌법재판소가 재적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 전 대통령 파면을 결정한 것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법 위배 행위’ 때문이었다. 촛불집회나 태극기집회는 당연히 헌재(憲裁)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촛불집회가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엔 크게 영향을 미쳤겠지만, 헌재는 모든 집회·시위와 거리를 두고 독립적으로 결정했다.

물론 서울 광화문광장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열린 촛불집회는 국민적 궐기였다. 역사적 의미가 크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주도로 2380여 개 단체가 참여했던 조직 ‘박근혜 정권 퇴진을 위한 비상국민행동’은 2016년 10월 29일 첫 대규모 집회 이래 지난 5월 24일 공식 해산하기까지 23차례 연 집회에 1684만여 명이 광장의 촛불을 들었다고 집계했다. 한자리에 수십만 명이 모이고도 평화적으로, 질서 있게 진행된 촛불집회를 두고, 세계는 ‘위대한 시민의 힘’이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촛불 민심(民心)은 기존 가치·제도·질서 등에 대한 전반적 전복(顚覆)이 아니었다. 초기엔 진보·보수를 막론하고 참여했던 것도 그 때문이다. 참여 단체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한 독단적 주제까지 공공연하게 내세웠다면, 그토록 많은 시민이 처음부터 참여하지 않았을 것이다.

득표율 41.1%로 당선된 문재인 대통령부터 촛불집회를 혁명으로 규정할 일이 아니다. 6·10 민주항쟁도, 5·18광주민주화운동도 혁명이라곤 하지 않는다. 심지어 ‘4·19혁명’도 헌법 전문엔 ‘4·19 민주이념’으로만 표현됐다. 그런데 대선 당시 “명예로운 촛불시민혁명을 완성할 힘을 저에게 달라”고 했던 문 대통령은 취임 후에도 ‘촛불혁명’을 국내외에서 거듭 외치며, 장기적·지속적 국책사업까지 자의적(恣意的)으로 중단시키고 있다. 이낙연 총리가 “촛불혁명은 문 정부 출범으로 끝난 게 아니라 아직 진행되고 있다. 문 정부는 촛불혁명의 종점 아닌 통로다” 하고 강변하는 것도, 김상곤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촛불혁명에 담긴 국민 열망” 운운하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그러니, 촛불집회 단체들도 혁명 점령군 행세를 하며 초법적(超法的) 요구까지 서슴지 않는다. 법외노조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법원 판결과 상관없이 합법화하라며 ‘빚 독촉’하다시피 한다. 민노총 등은 불법 폭력시위 주도 혐의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이 확정된 한상균 위원장, 내란 선동으로 징역 9년형이 확정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까지 ‘양심수’라며 석방을 외친다. 공권력은 민간인들이 검문소를 불법 설치·운영하며 차량 통행을 제멋대로 막는 ‘해방구’가 생겨도 수수방관한다. ‘적폐 청산’ 미명 아래, 이런 유(類)의 ‘뒤집어엎기’식 반(反)가치·반법치·반질서 행태가 난무하는 배경이 무엇이겠는가. 촛불집회·시위를 혁명으로 공식화해선 안 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지난 세월 국민들은 이게 나라냐고 물었다”고 밝혔다. 그 물음이 문 정부에도 해당한다는 말까지 나오진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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