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와 나>클럽챔프들 꺾은 ‘법조 1인자’… “골프 잘되면 心身 건강하다는 것”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광룡 변호사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골프를 통해 그동안 받은 트로피들을 설명하고 있다. 신창섭 기자 bluesky@

하광룡 법무법인 윈윈 대표 변호사

하광룡(60) 법무법인 윈윈 대표 변호사는 법조계 최고의 아마 골프 실력자로 정평이 나 있다.

지난 6일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만난 하 변호사는 반갑다며 활짝 웃었다. 드러난 하얀 이가 까무잡잡한 피부에 유난히 빛났고, 악수를 위해 내민 손은 거칠었다. 그의 골프 단면을 보는 듯했다. 그는 “골프는 과감성이 필요하면서도 때론 조심해야 한다”면서 “완력보다는 정돈된 힘에 집중력을 더하면서 즐기는 게임”이라고 말했다.

하 변호사의 베스트 스코어는 6언더파 66타. 2008년과 2012년 경기 용인 레이크사이드 동코스에서 두 차례 기록했는데 모두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잡아냈다. 5언더파나 4언더파는 셀 수 없다. 지금까지 100차례 넘게 언더파를 작성했다. 이쯤 되면 국내 법조인 중 랭킹 1위라고 해도 무방해 보였다. 한창때에는 라운드의 절반을 언더파로 채울 정도였다. 지인들이 “일은 안 하고 맨날 골프만 치느냐”라는 농담을 던질 때면 “당신도 매일 일 안 하고 골프만 해봐. 나만큼 골프를 잘할 수 있을는지”라고 반문한다.

하 변호사는 초보 시절 3년 동안 ‘100돌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88년 판사로 임용된 그는 이듬해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로 근무하면서 골프에 입문했다. 근처의 태릉 푸른동산 골프연습장에서 똑딱이 볼을 치며 한 달 동안 레슨을 받았다. 청년 시절 야구, 축구, 테니스로 체력을 다진 덕분에 200m쯤 떨어진 그물망을 곧잘 넘겼다. 그의 코치가 학생들에게 “저 아저씨처럼 그물망을 팍팍 넘겨 봐”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골프채를 잡은 뒤 한 달쯤 지났을 무렵, 다른 판사들과 태릉골프장에 나갔다. 첫 라운드. 드라이버를 잡고 14번 스윙했으나 10차례나 OB였다. 비거리가 남보다 나으면 골프가 쉬워진다고 하지만, 하 변호사의 티샷은 늘 방향성이 발목을 잡았다.

부산지법 근무 시절. 젊은 혈기를 주체 못하던 그는 취미로 테니스와 축구를 즐겼다. 골프에 집중하지 않았던 이유. 그러던 중 1992년 봄 어느 선배 판사와의 라운드에서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핸디를 받고 골프내기를 했는데 월등한 비거리에도 불구하고 선배에게 졌다. 처음으로 골프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된 계기였다. 이 ‘사건’ 이후 그는 골프채부터 바꿨다. 그리고 매일 출근 전 연습장에서 독학으로 훈련했다. 드라이버 샷이 잡히면서 6개월 만에 이븐파를 쳤다. 파 4홀에서 드라이버를 치고 나면 핀까지 대개 40∼50m, 긴 홀이라도 100m 이내로 들어왔다. 드라이버로 260∼270m를 보내다 보니 파 4홀에서 원온을 시키거나 오버시킨 경우도 많다.

2000년 경주 보문 골프장에서 유일한 홀인원을 경험했다. 이글은 헤아리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다. 2008년 경남 김해의 정산골프장에서 ‘한 라운드 2개 이글’ 기록을 작성했다. 한 라운드에서 버디만 9개를 뽑아낸 적도 있다. 5개 홀 연속 버디도 두 차례 있다. 2001년 동부산골프장 2∼6번 홀까지, 2012년 경기 용인의 BA비스타 골프장 5∼9번 홀까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2001년 여름 부산에서 알아주는 왕싱글들과의 동반 라운드에서 하루 36홀을 돌면서 두 번이나 언더파를 쳤다. 오전에 동부산골프장 백티에서 3언더파를 치자, 약이 오른 동반자들 성화에 부산 골프장으로 옮겨 오후 라운드를 펼쳐 1언더파를 쳤던 것. 클럽챔피언들은 이날 따라 70대 후반과 80대 초반으로 헤맸고, 그들에게 핸디캡을 12점이나 주고도 이겼다. 내로라하는 클럽챔피언들을 녹다운시키자 부산에서는 ‘공 잘 치는 판사’로 소문났다. 한 번은 부산시 골프협회장이 그에게 전화를 걸어 대회 출전을 부탁했고 휴가를 내 공식 대회에 처음으로 참가했다. 동래골프장 챔피언티에서 열린 부산시장배 골프대회에서 이븐파를 쳐 우승했다. 2004년 경기 용인의 리베라골프장 클럽챔피언전에 출전했지만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다. 리베라뿐 아니라 그린힐, 웰리힐리, 신안골프장을 묶은 통합챔피언전이어서 경쟁이 치열했기 때문. 서너 차례 도전했지만 2위, 3위에 올랐을 뿐이다. 하 변호사는 서울대 동문 모임에 7차례 출전해 메달리스트를 5번이나 했다. 이 때문에 라운드가 끝난 뒤엔 ‘하광룡이 오늘 몇 타 쳤어?’라는 질문이 어김없이 나온다. 동문 모임에선 그의 타수가 시상 기준이 될 정도.

사시 24회 출신인 하 변호사는 1988년 서울지법 판사, 부산지법과 서울고법 판사, 서울동부지법 부장판사를 역임한 뒤 2004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하 변호사는 판사 시절 흉악범에게 검사 구형량보다 더 많은 징역형을 선고했을 만큼 정의감이 높다. 오랫동안 판사직을 수행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 법률가답게 평소에도 룰을 깐깐히 적용한다. 그는 “골프는 스스로 규칙을 준수하는 스포츠이고 기량이 높아질수록 룰을 정확히 지켜야 하는 신사운동”이라며 “골프 룰을 제대로 알고, 지키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50대 초반이었을 때 다이어트에 돌입했지만, 체중뿐 아니라 근육까지 줄어들었고 비거리가 현저히 줄었다. 음식 조절보다는 운동으로 체중을 줄여야 한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했던가. 요즘엔 어프로치와 퍼팅 실력이 정교해지면서 운 좋은 날에는 60대 타수도 종종 나온단다.

하 변호사는 골프를 건강의 ‘바로미터’라고 정의했다. 그는 “짜증 나고, 건강이 안 좋으면 실력이 그대로 나타난다. 건강해야만 할 수 있고, 자기관리를 하게 하는 운동이어서 골프가 잘되면 그만큼 건강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70세가 넘어서도 건강을 잘 유지해 ‘에이지 슈트’를 하는 게 목표”라며 “그래서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철봉에 매달리는 등 몸 관리에 각별하게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