黨·靑 협상파 물밑 작업… 與 ‘추미애 패싱’ 현실화

임종석·우원식, 野 설득 주도
秋, 몸살로 제주 간담회 취소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오후로 예정됐던 제주 지역 농업 관련 간담회 일정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몸살이 나는 바람에 오전 제주 지역 현장 최고위원회의와 19대 대통령 선거 공로자 표창식에만 참석하고 귀경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국회 정상화 막후 협상 과정에서 배제돼 ‘추미애 패싱(배제)’이라는 굴욕적인 평가를 받은 터라 당 일각에서는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나타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민주당에 따르면 추 대표는 이날 오후 1시 10분부터 제주 민생 현장을 방문, ‘제주 농업에서 희망을 찾다’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할 예정이었다. 농산품 가공판매 현장을 찾아 직접 현황을 보고받고 고충도 듣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갑작스럽게 취소하게 된 것이다. 추 대표는 ‘제주 4·3 특별법’ 제정을 주도할 만큼 제주 지역에 많은 애정을 쏟아 온 대표적인 정치인이다.

실제로 추 대표는 제쳐둔 채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등 야당을 설득, 정국 경색을 풀어내면서 추 대표의 정치적 입지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청와대 쪽에서 임 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 민주당에서 우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긴박하게 움직이며 돌파구를 찾아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추 대표는 보이지 않았다. 민주당 관계자는 “임 실장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러 갈 때 추 대표와 통화하려 했으나 연결이 안 됐다”며 “추 대표가 (대리 사과 등) 자세한 내용은 몰랐을 수 있다”고 전했다. 당시 추 대표는 한 예능 프로그램 녹화 중이었다. 추 대표 측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지만, 당내에서조차 “추 대표가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야당들은 앞으로도 추 대표를 대놓고 무시할 태세다. 박 위원장은 이날 당 비대위 회의에서 “청와대가 추 대표 발언에 대해 사과한 이상, 앞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추 대표의 어떤 발언이 있더라도 듣지 않고 무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