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동부 親러 반군 ‘독립국가’ 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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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개 지역 분리주의 세력 모여
도네츠크州 중심 창설 선언
제헌의회·‘우크라 계승’ 주장

정부·러 “법적 효력 없다” 비판
민스크협정 무색… 갈등 깊어져

우크라이나 동부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우크라이나를 대신할 새로운 국가 ‘말로 로시야(소러시아)’ 창설을 선포했다. 분리주의 세력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우크라이나는 물론 러시아까지 법적 실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어서 삼각대립을 빚고 있다.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합병 사태 이후 우크라이나 내 중앙정부와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 간의 갈등도 커져 가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온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은 18일 도네츠크 뉴스 에이전시를 통해 “크림을 제외한 우크라이나 지역대표들은 우크라이나를 계승하는 새로운 국가 창설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2014년 우크라이나로부터 분리하겠다고 선언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등 19개 지역의 대표들은 선언문에서 “우크라이나는 스스로 그 신뢰도를 떨어트렸기 때문에 우리는 소러시아라 불리는 새 국가를 만들기로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성명을 내놓은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세력의 중심에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의 수장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는 현재 우크라이나의 수도인 키예프는 역사·문화적 중심지로서의 지위만 유지하게 하고, 새로운 국가의 수도는 도네츠크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또 제헌의회와 국민투표를 통해 소러시아의 헌법도 채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분리주의 세력을 지지하던 러시아조차 부정적인 입장이다. 당장 러시아 정부의 평화협상 특사 보리스 그리즐로프는 “선언에 법적 효력은 없다”며 “이번 계획은 민스크 협정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거론하면서 분리독립 선언을 규탄했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RNBO) 위원장은 “분리주의자들은 크렘린궁의 꼭두각시 광대”라고 칭하면서 “이번 선언은 푸틴 대통령의 공격적인 계획, 평화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대한 미친 듯한 반항을 드러낸 증거”라고 말했다. 미 국무부 역시 “이번 선언에 응답해 선언을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지 않다”며 선언을 묵살하는 입장을 내놓았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2014년 이후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 간 갈등이 3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 분쟁 해결을 위해 2015년 ‘민스크 평화협정’이 맺어졌지만 이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