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사우디, 관광산업 뛰어든다

- 홍해에 ‘럭셔리 리조트’ 추진

저유가 장기화 ‘탈출구’ 모색
갑부들 겨냥 국제 관광단지화
히잡 착용 완화·무비자 검토

석유 의존 탈피·경제개혁 시도

‘부자 나라’ 사우디아라비아가 홍해상의 50여 개 섬을 ‘럭셔리 리조트’로 만드는 국제 관광단지 개발 사업에 착수했다. 글로벌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국가 경제 미래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자, 석유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에서 탈피하기 위한 개혁에 나섰다. 특히 이번 사업은 사우디의 제1 왕위 계승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사진)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어 성패 여부에 따라 사우디의 정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는 무비자 관광뿐만 아니라 주류 판매, 히잡 규제 완화도 검토하고 있어 사우디의 변화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일 BBC 등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 공공투자펀드(PIF)는 홍해상 3만4000㎢에 이르는 군도 등에 세계적인 관광단지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전체 면적의 약 3분의 1 정도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의 초호화 시설로 조성될 예정이다. 사우디 측은 공식 성명에서 “전 세계 부호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다”면서 알 와지에서 움 루지에 이르는 지역에 이 같은 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우선 2022년까지 공항, 항구, 수송시설, 호텔 등 관광 인프라 건설을 완료하겠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건설업체들도 사우디의 국제 관광단지 개발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석유 산유국인 사우디는 그간 원유 수출 덕에 대표적인 ‘부자 나라’로 불려왔다.

그러나 글로벌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실업률이 증가하는 등 경제난에 직면했고, 빈 살만 왕세자는 장기적 경제개혁 방안인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게 됐다. 이번 관광단지 개발도 사우디의 석유 의존적 경제구조를 개혁하겠다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정부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3만5000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150억 리얄(약 4조5953억 원) 늘릴 수 있다고 관측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 정부는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관광객들의 무비자 입국을 허용할 계획이다. 또 주류 판매를 금지하고 여성의 히잡 복장을 의무화하는 현행 사우디 법으로는 관광 산업 발전에 제약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많아, 사우디 정부는 향후 관광단지를 대상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주요 관광상품은 홍해 섬 부근의 유네스코 등재 고대 유적인 마다인 살리, 화산 지대, 산호초 지대 등 자연보호구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정부는 기후가 연중 온화하고 바다 밑 풍경이 뛰어난 이곳의 장점을 살려 각종 레저 산업도 발전시킬 계획이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