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市場 상대로 또 집값 전쟁 선포한 靑수석의 위험한 실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이 3일 서울 강남권 등의 주택가격을 두고 “지극히 비정상적”이라며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선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 시절 국민경제비서관을 맡아 2005년 8·31대책에 관여한 부동산 정책 설계자였고, 이번엔 사회수석임에도 8·2대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12년 만에 다시 시장(市場), 특히 강남 주택시장과의 전쟁을 선포한 셈이다.

노 정부는 시종 집값을 잡겠다며 쫓아다니다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김 수석도 이날 “대책을 17번 발표했는데도 많이 오른 점에서 명백한 실패”라고 자인했다. 오류가 있었다면 다시 주어진 기회에서는 바로잡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8·2대책에 담긴 상황인식·정책수단은 그때와 거의 판박이다. 노 정부 정책 실패의 핵심은 수요 억제에 치중하면서 공급을 소홀히 한 것이란 게 전문가 집단의 중론이지만, 8·2대책에서 공급 방안은 없었다. 김 수석은 ‘불난 곳에는 집을 짓는 것보다 불 끄는 게 우선’이란 취지로 반박했다.

규제 수단을 총동원하면 당장 불길을 잠재울 수는 있다. 8·2대책 후 시장은 얼어붙었고, 일부에선 값이 내렸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러나 잠재 수요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저금리 시대에 유동자금이 투자처를 찾고 있고, 여러 요인에 따른 강남 진입 수요도 여전하다. 내년 4월로 예고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매물을 촉진하기보다 감추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노 정부 시절의 ‘학습효과’까지 겹쳐 기다리면 오른다는 심리가 퍼져 있고, 이는 강남 아파트의 희소가치만 높이는 악순환을 부른다. 부담은 결국 실수요자에게 전가된다. 노 정부가 뒤늦게 위례신도시 공급에 나서 임기 후 집값 안정에 기여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집값을 잡으려면 불길이 아니라 불씨를 꺼야 한다. 공급 신호로 희소성을 약화시키는 것이 바른 접근법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 수요를 완력으로 틀어막는 식은 성공할 수 없다. 주택 문제에 사회 정책 성격이 있긴 하다. 그러나 사회수석에 맡긴 것이 시장경제 논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의도라면 실패로 귀결된다. 과거의 정책 실패자를 기용해 같은 방식을 임상실험하듯 한번 더 적용해보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