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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김회평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8월 09일(水)
2007년 미국, 2017년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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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회평 논설위원

혁신의 아이콘 ‘아이폰’이 세상에 나온 게 꼭 10년 전, 곧 2007년이다. 그때를 기점으로 스마트폰은 자체 진화를 거듭하면서, 숨 막히게 펼쳐지는 신산업의 핵심 고리로 위상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2007년에 아이폰만 출현한 게 아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2006년 후반부터 2007년 말까지 15개월을 역사상 기술이 가장 큰 폭으로 약진한, 와인의 ‘빈티지 연도’ 같은 시기로 봤다. 페이스북이 대학을 벗어나 세계로 나갔고, 트위터는 별도 플랫폼으로 독립했으며, 하둡(Hadoop)이 등장해 컴퓨터 저장용량을 폭발적으로 늘려놓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아마존의 킨들도 이때 나왔다. 에어비앤비 착상이 이뤄진 시기기도 하다. 지금 글로벌 무대를 휘젓는 기업과 신사업이 동시다발로 쏟아져 나온 것이다.

이 모든 일이 2007년에 집중된 것은 우연일 수 있으나 그 장소가 미국이란 건 우연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가 그랬듯 적수공권의 청년이라도 세계 최고 갑부가 될 수 있는 곳이 미국이다. 그럴 토양이 갖춰져 있다. 실력과 열정이 입증되면 자금과 기회는 따라온다. 미국 기업들이 함께 쌓아 올린 기술 기반에서 시작하는 것도 강점이다. 계단 밑바닥부터 올라야 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두 단계 뛰어오르면 정상권이다. 무엇보다 미국식 자유주의가 숨을 쉰다. 정부가 세세히 규제하지도, 보호하지도 않는다. 그랜드캐니언에 안전방책이 없는 이치다. 대신 자신 책임으로 도전하고, 때론 좌절하고, 끝내 성공에 이르기도 하는 것이다. 기업의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즉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투자하는 동물적 직감이 살아 있는 곳이다. 그런 바탕과 축적 위에 2007년 폭죽처럼 ‘혁신’이 쏟아졌고, 미국이 새로운 산업혁명의 주도자로 자리를 굳힌 기념비적 해가 된다.

10년이 지난 2017년은 한국에 기념비적인 해가 될 듯하다. 희망보다는 비관 쪽이다. 우버·딥마인드 등 세계 100대 스타트업이 만일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면 13곳은 불법, 44곳은 사업 모델을 바꾸는 조건으로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한다. 글로벌 기업이 선점 경쟁에 나선 원격진료도, 빅데이터 활용도 한국에선 막혀 있다. 세계적 기술을 최초로 개발해도 실험하러 외국으로 가는 처지다. 미래를 먹여 살릴 신사업의 진입로부터 바리케이드가 겹겹이 쳐 있다.

대기업엔 법인세 사슬이 묶였다. 경쟁국들은 일제히 법인세율을 내려 투자 세일즈에 나서는데 한국만 역주행하는 건 무슨 자신감인가. 그러잖아도 최근 5년간 해외로 빠져나간 투자로 일자리 136만 개가 날아간 터다. 기업 수익이 커지면 더 많은 세금과 일자리가 따라온다. 우등생에게 박수는커녕 벌주는 형국이다. 최고 세율이 25%가 되면 10대 그룹이 더 내야 할 세금은 1조3000억 원이란다. 그만큼 주주·근로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산업경기가 다소 호전됐다 하나 이는 삼성전자, 구체적으로는 반도체의 독보적 실적을 등에 업은 것이다. 중국에선 칭화대 등에서 수천 명의 최고 인재가 반도체 굴기를 준비하는데, 국내에는 반도체를 연구하는 교수·학생이 보이지 않는다. 당장 몇 년 후를 생각하면 식은땀이 난다. 그런 마당에 미래를 대비하는 대기업 연구·개발(R&D) 비용의 세액공제를 줄인다고 한다. 산업 파급 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은 사드 보복, 파업, 한·미 FTA 개정에 ‘통상임금 폭탄’까지 4중고에 포위돼 위태로운 처지다.

문 정부가 감싸는 중소·중견기업 쪽에선 더 큰 비명이 들린다. 해외 이전과 감원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장수기업 경방·전방 경영자의 절규는 시작일 뿐이다. 최저임금에 이어 근로시간 단축, 탈원전으로 인한 산업용 전기료 인상 등의 공습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해외로 탈출할 여력도 없는 중소기업·영세사업자가 선택할 길은 거의 유일하다.

문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워 최저임금 1만 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법인세 증세를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역동적인 엔진이 없는 성장은 지속될 수 없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설계자였던 변양균 전 기획예산처 장관도 기업가의 혁신을 동력으로 삼는 ‘슘페터식 성장’을 주장한다. 문 정부는 거꾸로 기업의 야성적 충동을 거세하는 쪽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땅에서 기업 할 의욕을 꺾으면 그 여파는 5년, 10년 뒤 무섭게 나타날 것이다. 그때 가서 책임은 누가 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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