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사기’ IDS홀딩스 해외 은닉자금 수사 본격화

警, 홍콩법인 대표 2명 조사

피해 금액이 1조 원을 넘어서 ‘제2의 조희팔사건’으로 불리는 IDS홀딩스 사기사건과 관련, 경찰이 해외에 대규모 자금이 은닉된 정황을 포착하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IDS홀딩스 사기는 이 회사 대표가 “해외통화선물(FX마진) 거래로 고수익을 올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여 약 1조1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가로챈 사건이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9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IDS홀딩스 홍콩법인 대표 정모(46) 씨와 이사 송모(50)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국내에 있는 송 씨에 대해선 출국금지, 해외로 도피한 정 씨에 대해선 입국통보 조치를 각각 내리고, 해외로 유출된 자금 흐름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두 사람이 IDS홀딩스 홍콩법인 대표 등을 맡으며 김성훈(47·구속 기소) IDS홀딩스 대표가 홍콩으로 빼돌린 자금을 관리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은 FX마진 거래(장외 소매외환거래) 전문가로 알려졌다. 송 씨는 국내 유명 투자회사의 대표를 맡으며 서울의 한 대학 경제학과 겸임교수를 지낸 경력이 있다. 정 씨 역시 FX 투자 관련 책을 펴내기도 했다. 애초 두 사람은 IDS홀딩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음에도 불구하고 검찰 수사 선상에는 오르지 않았다.

지난 6월 홍콩 금융당국은 IDS홀딩스 홍콩법인으로 유입된 돈이 범죄수익으로 보인다며 영업과 재산 처분을 금지한 바 있다. 한국에서 유입된 240여억 원 중 대부분은 인도네시아와 조세피난처인 케이맨 군도로 이미 빠져나갔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이에 피해자들은 “검찰의 부실수사를 못 믿겠으니 경찰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범죄 수익을 찾아달라”며 지난 7월 경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고발인 조사를 마쳤고 해외법인의 서류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두 사람 외에 다른 해외법인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현진 기자 jjin23@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