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反정부 디지털 투쟁’ 격화

마두로 ‘野 인사 탄압’ 에 반발
국영 이통사 등 정부기관 해킹
700만명 휴대전화 먹통되기도

베네수엘라에서 정부기관을 겨냥한 반정부 단체의 사이버 공격이 발생해 시민 700만 명의 휴대전화가 먹통이 됐다. 공격을 주도한 해커그룹은 정부가 거리시위를 통제하고 나서자 인터넷과 모바일, 통신망 장악에 나서고 있어 베네수엘라에서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지지를 둘러싼 ‘온 오프 라인 전쟁’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우그벨 로아 베네수엘라 과학기술부 장관은 10일 “월요일(7일)에 시작된 사이버 공격의 여파로 휴대전화 불통현상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로아 장관은 “테러리스트들의 사이버 공격이 수요일(9일) 국영 이동통신사 모빌넷의 GSM 플랫폼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1300만 명의 가입자 중 700만 명의 휴대전화 서비스가 중단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전국적으로 7개 주의 광케이블이 절단돼, 인터넷 서비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공격을 주도한 반정부 단체는 ‘이진법 수호자(Binary Guardians)’라는 해킹 단체다. 이 단체의 공격으로 7일 베네수엘라 대법원, 국회, 해군 등의 홈페이지가 마비됐다가 오후 늦게야 정상화되기도 했다. 당시 정부 관련 홈페이지뿐만 아니라 TV, 통신 관련 민간 기업들의 홈페이지도 일부 피해를 봤다. 이들은 해킹 후 트위터를 통해 “우리의 투쟁은 디지털”이라며 “당신들(정부)이 거리를 차단했으므로, 우리는 네트워크를 통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제헌의회 출범을 강행한 정부가 거리의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고 있는 현실을 가리킨 것이다.

저유가 및 선심성 정책으로 국가 경제를 파탄에 이르게 한 마두로 정부는 미국 등 서방의 음모에 베네수엘라가 희생되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다. 로아 장관은 이날도 “이번 공격은 외국 기관의 도움 아래 실행됐고, 다시 한 번 국가의 통신 연결을 막고 있다”고 말했다. 독재 강화도 점점 더 가시화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대법원은 이날 야권 출신인 다비드 스몰란스키 엘아티요시장을 해임하고 징역 15개월형을 선고했다. 최근 대법원은 반정부 시위를 조장했다는 이유로 야권 출신 시장 5명에게 잇달아 징역형을 선고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손고운 기자 songon1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