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100일>통합정부 약속했지만 선대위·민주당·시민단체 위주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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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로 살펴본 ‘파워 엘리트’

인수위 없어 靑이 핵심 동력
임종석 실장이 실질적 ‘원톱’
정의용·전병헌 선대위 출신
장하성 등 시민단체서 수혈

각 부처도 정치인·시민단체
김부겸 등 민주당 출신 중용
김상조 등은 시민단체 출신
김동연·강경화 외부서 발탁

親文 양정철·親盧 김경수 등
언제든지 ‘1선 복귀’ 가능성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앞둔 가운데 정부를 이끌어 가는 파워엘리트는 정치인과 시민단체 인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권 초기 힘이 많이 쏠릴 수밖에 없는 청와대는 문 대통령 선거 캠프 출신 인사들과 시민단체 출신이 양대 축을 이뤘다. 청와대는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해 정부 초 모든 인사를 주도했고, 탈원전이나 부동산 정책 등 주요 정책도 행정부처나 여당보다는 청와대가 직접 챙겼다. 행정부처와 위원회 주요 인사들도 선거대책위원회 또는 더불어민주당, 시민단체 출신들이 힘을 발휘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기간 국민통합 정부 구성을 약속했지만, 당선 후 주역들은 선거 공신과 진보 진영 시민단체 인사들로 채워진 것이다.

◇선대위, 시민단체 주축 청와대 = 조기 대선으로 인수위원회 기간 없이 출범한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는 가장 조기에 조직을 구축하고 국정을 운영하는 핵심 동력이 됐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대통령을 대신해 5대 비리 전력자 인사 배제 원칙 훼손과 관련해 사과를 했고,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국이 꼬였을 때 ‘대리 사과’를 통해 정국을 풀면서 큰 존재감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은 임 실장이 청와대의 ‘원 톱’이라는 점에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 김현철 경제보좌관 등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시절부터 핵심 참모였던 인사들은 청와대에서도 주요 보직을 받았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가까워 선대위에는 뒤늦게 합류했지만, 정책실 산하 수석 가운데 가장 먼저 임명돼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부동산 대책 등을 관장하며 ‘실세 수석’ 소리를 듣고 있다.

청와대 고위직 중 외부 수혈 인사들은 대부분 시민단체 출신이다. 문 대통령과 거리가 있어 영입 인사로 분류되는 장하성 정책실장은 참여연대 등에서 재벌개혁 운동을 했다. 조국 민정수석도 역시 참여연대 등에서 활동 경력이 있는 인사로 문 대통령과 오랜 친분을 바탕으로 민정수석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정부 초기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인 인사 추천 작업을 맡은 조현옥 인사수석은 여성 최초의 인사수석으로 역시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고 서울시 등에서 활동했다.

◇정치인, 시민단체 출신 행정부 = 행정부처 장관들의 주축도 청와대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 선대위와 민주당, 시민단체 출신의 존재감이 크다. 당 출신 정치인인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부자증세 논의를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8·2 부동산 대책’을 직접 발표하며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분야인 검찰과 국방 개혁은 각각 시민단체 출신인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선대위 출신인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맡았다. 재벌개혁 운동 단체 경제개혁연대 소장 출신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정부의 주요 인사로 주목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개인적으로 안면도 없는 분”이라고 말했는데, 인선 당시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 경력 등을 높이 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진보 진영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던 인사들에 대한 신뢰가 깊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극소수 외부 수혈 = 행정부 장관이나 위원장급 인사 중에 선대위 또는 민주당과 큰 인연이 없는 인사로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꼽힌다. 이들 정도가 문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영입·발탁한 인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통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는 증세 문제 등을 논의할 때 소외됐다는 논란이 나오는 등 자리에 걸맞은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진 시각이 많다. 강 장관도 아직 외교 정책의 중심에 있다는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백업 라인 구성한 친문(친문재인) 핵심과 노무현 정부 인사들 = 청와대는 정부 초기 친문 핵심 인사로 꼽혔던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등이 2선 후퇴하고, 모든 의사결정이 공식 회의 석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즉 과거 정부마다 문제가 됐던 ‘비선 실세’는 결코 없다는 게 정부 초기 인사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전 비서관 등의 영향력이 문재인 정부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문 대통령이 위기에 빠지면 언제든지 1선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는다. 대선 캠프에서 양 전 비서관과 함께 핵심 역할을 했던 김경수 민주당 의원은 최근에도 청와대 운영 등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통령은 최근 차관급 인선에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 과거 노무현 정부 인사들을 다시 활용했다. ‘인재 풀’이 점점 좁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 앞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같이 일했던 인사들에 대한 의존증이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