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캥거루족 부모’ 기사 접한 뒤 가슴 먹먹…자본에 잠식된 현대서 가족의 의미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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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양순 소설 ‘가족을 묻다’ 펴내
차기작까지 ‘가족 3부작’ 계획

“신문에서 언젠가 ‘캥거루족 부모의 비극’이라는 기사를 봤다. 두 자녀를 출가시킨 엄마로서 가슴이 먹먹했다. 위기에 빠진 현대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

소설가 홍양순(59·위쪽 사진) 작가가 전작 장편 ‘컴온, 졸라’(2013)에 이어 4년 만에 가족 이야기를 다시 꺼내 들었다. ‘가족을 묻다’(실천문학사·아래쪽).

홍 작가는 가족의 관계와 의미, 희망과 비애를 두루 살폈다. ‘컴온, 졸라’에선 14세 소년 으뜸이를 통해 가족 해체 시대에 지녀야 할 가치와 희망을 그렸다. 이번에는 가족 간 부양 문제에 초점을 맞췄는데 전작보다 회의와 비판의 골이 깊어 보인다.

보험금을 노리고 낚싯배에서 떨어진 아버지가 실종되고, 어머니마저 유서를 남기고 사라진 이후 벌어지는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고 있다. 남겨진 자식들은 거액의 보험금을 챙겼지만 형편은 도무지 나아지지 않는다. 무리한 대출을 받아 산 아파트는 소위 ‘깡통’이 되고, 부모 집을 팔아 시작한 사업은 대기업의 부당행위에 무너진다.

홍 작가는 “익숙한 소재라서 더욱 취재를 많이 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충남 보령 등을 현장답사하기도 했다”며 “자본에 철저히 잠식되는 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개인의 권리가 좌절되는 모습을 드러내려 했다”고 말했다.

홍 작가는 1994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떠도는 혼’이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2004년 단편 ‘자두’로 제10회 김유정소설문학상을 받았다. 이번 작품은 서울문화재단 창작지원금으로 펴냈다.

소설가 김별아는 추천사에서 “아버지의 실종 및 어머니의 자살로 추정되는 사건과 그 이면의 비밀을 그려내는 작가의 펜은 신중하고 주밀하다. 빈 쭉정이가 돼버린 부모와 어미를 파먹는 새끼거미가 된 자식들은 서로 얼비치는 경상(鏡像)과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홍 작가는 내친 김에 ‘가족 3부작’을 준비 중이다. 다음 작품에서도 가족관계를 다룬다. 블랙 코미디를 생각하고 있다. 이 시대의 분노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다.

홍 작가는 “이번 책의 제목은 중의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족에게 묻는다는 표면적인 것 외에, 가족을 (파)묻는다는 참혹한 의미도 숨어 있다. 취업난의 자식 세대를 부양하다가 가족관계에 위기가 찾아오는 현대사회의 모순에서 깨달음이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