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 공론조사 25일 시작>여론조사에 맡겨진 ‘신고리 운명’… 편향된 표본땐 갈등 부채질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국민 뜻은 뭘까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빌딩에서 열린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김지형(왼쪽) 위원장이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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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성 갖춘 시민참여단 구성
贊反 균형 있는 자료집 제공 뒤
치우침 없는 토론과정 거치는 등
절차적 공정성 확보가 최대관건

첨예한 사안 유일한 근거 삼거나
숙의 뒤 모호한 결론땐 논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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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의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수행업체 선정으로 공론화 작업이 본격화된 가운데 절차적 공정성 확보가 최대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출범 당시부터 법적 지위와 최종 결정 주체를 놓고 잡음을 냈던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균형 있는 공론조사 설계·운영을 해내지 못한다면 공론화 작업은 갈등 해결이 아닌 갈등 확산의 창구가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차 관문은 대표성 있는 시민참여단 구성이다. 한국리서치 컨소시엄은 25일부터 18일 동안 2만 명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실시한 뒤 이 중 희망자를 대상으로 500명의 시민참여단을 만들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성·연령·지역 등을 고려해 유권자의 지형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 첫 단추를 끼우는 일이라고 말한다. 통상 공론조사에서 시민참여단 구성은 1차 조사에서 나타난 의견 분포와 인구통계학적 특성 등을 반영해 국민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한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 관계자는 “한국리서치의 경우 그동안 공론조사를 수행해본 경험이 많기 때문에 기술적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13일부터 약 한 달간 이어지는 시민참여단의 활동에서는 균형이 맞춰진 정보 제공이 관건이다. 시민참여단에 제공되는 자료집과 동영상, 전문가 토론회 등의 내용에는 찬반 양측의 의견이 쏠림 없이 포함돼야 한다. 토론 문화가 낯선 한국사회에서는 숙의 과정을 이끌고 토론 환경을 조성할 진행자(모더레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론조사의 창안자인 제임스 피시킨의 ‘민주주의와 공론조사’를 번역한 김원용 전 이화여대 교수는 ‘옮긴 말’에서 “정보 제공과 토론이라는 숙고과정을 통해 형성된 공론은 심층적인 국민 의사를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숙고과정에서 균형이 담보되지 못하면 공론은 국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공론화위는 공론조사의 결과를 권고안 형태로 정부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는 공론화위의 결과를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공론화위가 애매모호한 결론을 낼 경우 논란이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공론조사의 핵심은 1차 조사와 비교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참여단이 2차, 3차 조사에서 어떤 의견 변화를 보이느냐다. 하지만 찬반 비중이 역전되지 않은 상태에서 차이만 줄어들 경우 결론을 내기 어렵고, 또 이 변화 추이만을 권고안에 담는다면 결국 다시 공은 정부로 넘어가면서 공론화위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공론화위가 찬반 양자택일이나 이에 못 미쳐도 간결하고 확실한 방향성을 가진 권고안을 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공론조사의 결과가 같은 시기에 나온 여론조사 결과와 다를 경우에 대비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논리도 미리 설계해 놓아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