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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지식카페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6일(水)
언론서 ‘기후변화’ 언급, 5건→1640만건… 핫이슈 떠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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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7일 허리케인 ‘하비’가 강타한 미국 텍사스주의 도시 휴스턴에서 주민들이 보트를 타고 물에 잠긴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왼쪽 사진) 텍사스주의 또 다른 소도시 록포트에서는 하비로 인해 전신주와 가로수가 쓰러져 있는 거리에 차량 한 대가 물에 잠긴 채 버려져 있다.(오른쪽 아래) 오른쪽 위 사진은 나사(미 항공우주국)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위성 촬영한 하비가 몰고 온 비구름의 모습이다. APEPA연합뉴스

김지윤·제임스 김의 데이터로보는 세상 - ⑦ 허리케인 ‘하비’ 이후 거세진 기후변화 논쟁

◇ 하비는 기후변화 때문일까

얼마 전 미국 텍사스 남동부의 휴스턴을 강타한 허리케인 ‘하비(Harvey)’는 미국 기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120㎝가 넘는 비를 뿌렸다. 확인된 사망자만 14명이며 최소 45만 명의 이재민과 100조 원 이상의 피해를 남겼다. 위스콘신대의 우주공학센터에서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하비로 인한 홍수재앙은 10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비는 수재피해만 남긴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한 논쟁도 재점화했다. 여름마다 미국 남부지역에 나타나는 대서양 열대폭풍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우리가 매해 태풍을 맞이하듯 허리케인이라 불리는 열대폭풍은 항상 반갑지 않은 손님 노릇을 해 왔다. 2005년 막대한 사상자와 재산피해를 남겼던 ‘카트리나(Katrina)’의 기억도 있다.

그러나 일부 기상학자는 기후변화가 하비의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견해를 내비치고 있다. 즉, 최근의 대기 온도 상승으로 인한 기후변화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들의 논리를 따르면, 대기 온도가 1도씩 높아질 때마다 더 많은 수분이 대기 중에 머물고, 수온이 올라간 바다 표면에서 더 많은 수증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결국 하비의 세력이 약화되지 않고 오랫동안 비를 뿌리며 휴스턴 근방에 남아 있게 함으로써 간접적으로 피해를 증폭시켰다는 것이다.

물론 이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표적인 인물이 현재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다. 한국에 잘 알려진 프랑스의 지식인 기 소르망(Guy Sorman)도 기후변화 주장에 반대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할 만한 명확한 증거가 없고, 무엇보다도 이것이 인간의 특정 행위(예를 들면 산업화)로 인한 것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하비가 기후변화 때문에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올라간 대기 온도가 정확히 얼마나 하비를 더 머무르게 했는지를 측정할 방법도 없다. 대기 온도가 올라가지 않은 상태에서 하비가 얼마나 머물렀을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한 이 모든 일의 단초가 인간의 산업활동 때문이라는 점을 어떻게 증명하겠는가.

실제로 미국 내에서 기후변화의 원인에 대한 인식은 이념 성향이나 지지 정당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환경 문제에 큰 관심을 보였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영향 때문인지 민주당 지지자들이 기후변화의 원인을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보는 비율은 69%에 달한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23%에 그쳤다.



◇ 그럼에도, 기후변화

이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기후변화라는 단어가 등장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구글 애널리틱스를 활용해 ‘기후변화(climate change)’가 영문으로 언론 제목에 나타난 경우를 조사해 보면 1980년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통틀어 5건밖에 없었다. 2001년부터 384건으로 크게 오르기 시작해 2004년에는 2060건, 2010년에는 4만7200건, 그리고 2016년에는 1640만 건이나 됐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와 닿는 사건이 돼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이렇게 자주 인용되는 데 공헌한 중요한 인물이 있다. 앨 고어(Al Gore) 전 미국 부통령? 아니다.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전 대통령이다. 교토(京都)의정서를 파기한 바로 그 인물.

오해는 하지 말기를 바란다. 부시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믿는 인물이 아니다. 주변의 많은 공화당 사람들처럼 말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기후변화란 말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정치인이다. 이전에는 기후변화 대신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란 단어를 주로 썼다. 부시 전 대통령의 주변 어드바이저들은 ‘지구온난화’의 어감이 위협적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가치 중립적인 ‘기후변화’로 대체할 것을 부시 전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이후 기후변화는 매스미디어에 자주 등장하게 된다. 미국 대통령의 의도치 않은 프로모션 덕분이기도 하지만, 오랫동안 축적된 연구 결과와 정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홍보와 국제사회의 노력 덕분에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 자체가 달라졌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월 나사(미 항공우주국)와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이 1880년 이후 역사상 가장 더운 한 해였다고 한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2014년부터 3년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2017년에도 지난 3년과 다름없이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다고 선언했고, 세계 곳곳에서 슈퍼스톰(super storm) 또는 심각한 이상기후(extreme weather conditions)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이라고 다르지 않다. 무더운 여름, 많은 사람이 “한국의 기후가 바뀌었다”고 푸념한다. 뚜렷하다고 자랑해온 사계절도 예전 같지 않고, 이제는 무더운 여름과 강추위가 덮치는 겨울 사이 봄·가을이 잠시 스치고 지나가는 듯하다. 겨울도 겨울이지만, 여름의 무더위는 지독한 습도 때문에 마치 아열대기후 지역에 와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게 한다. 이미 남쪽에서는 망고에 이어 파파야도 재배한다고 한다.



◇ 한국은 어디쯤 와 있을까

지구온난화로 대표되는 기후변화는 장기간 대량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현상이라고 잘 알려져 있다. 무서운 속도로 돌아갔던 공장산업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쌓아온 국가들이 온실가스 배출에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지금은 산업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이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매년 발간하는 ‘연료연소에 의한 이산화탄소 배출’ 자료에 의하면 배출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북미다. 그 뒤를 유럽이 따르고 있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가 그다음이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과 미국이 가장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국가이고 인도, 러시아, 일본, 독일이 뒤를 잇고 있다. 그다음이 한국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이 미국과 일본, 독일, 캐나다 다음으로 배출량이 5번째로 높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는 물 또는 식량 공급위기, 공기 오염과 같은 새로운 도전과제를 만들어 냈다. 유엔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집하는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PM 2.5)가 가장 높은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중동국가들이다. 석유 생산을 위한 산업시설이 가장 큰 원인이라 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원인은 90% 넘는 인구가 사용하는 자동차의 배기가스다. 이들 국가의 자가용 이용률은 매우 높은데, 이는 이슬람 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는 여성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84개 국가 중 125위로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2014년도 한국의 평균 미세먼지 수치는 26.8㎛/㎥로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형편없이 나쁜 수준이다. 미국은 8.2㎛/㎥, 일본은 12.5㎛/㎥, 그리고 프랑스와 스위스는 12㎛/㎥였다.

공기의 질 문제는 배전업과 교통수단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화석연료를 활용하는 전기발전소는 될수록 줄이고 원자력발전소나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원자력발전소는 원자력 폐기물 처리에 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회나 환경적 위험요소는 남을 것이고, 재생에너지의 경우 기술적 개발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느냐에 따라 그 효율성의 가치와 타당성이 문제로 거론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래 왔듯이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금까지 태양에너지와 지열 또는 수·풍력에너지 공급에 있어 여러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지만 전력망과 에너지 저장기술에 대한 개발 및 투자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 상황이다.



◇ 기후변화 정책의 난관

기후변화 문제가 공감대를 가지고 추진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일까? 간단하다. 환경문제를 해결하면서 얻는 이익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나눠 갖게 되지만 환경보호를 위한 비용은 개인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가 공기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디젤과 휘발유 자동차의 운행을 제한한다고 가정해 보자. 서울 시민은 전기자동차나 도시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로 교통수단을 바꾸고 대중교통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사회 기반시설과 개인의 삶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기면서 결국 공기의 질도 향상될 것이다.

문제는 이 좋은 변화를 서울 시민뿐만 아니라 서울에 인접한 경기도에서도 함께 느끼게 된다는 점이다.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러한 (어쩌면 조금은 힘든) 생활의 변화 없이 맑아진 공기를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공익은 모두가 나누나 비용은 특정한 일부가 부담하게 된다. 이는 전형적인 무임승차(free-rider) 현상으로 서울 시민들이 비용문제의 공평성을 제기할 것이다.

무임승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탄소를 배출한 책임자가 그 비용을 물어야 한다. 대표적인 정책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나 ‘탄소세’다. 우리나라는 배출권거래제를 유지하고 있다. 즉, 무임승차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탄소배출권거래제를 제대로 정착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 환경과 기후변화가 산업 경쟁력에 비해 어느 정도 중요한지를 정해야 한다.

환경과 관련된 문제는 정책 수립에 앞서 국민의 인식 변화도 필요하다. 즉, 공공이익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우선해야 한다.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의무가 무엇인지 합의를 이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폐기물 처리부터 환경보호의 중요성 그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지식을 초·중·고등교육에 도입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만하다.

기후변화로 발생할 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미국은 해안지역이 홍수로 물에 잠길 가능성을 고려해 여기에 맞는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은 남해와 서해 내륙 해수면이 낮아 홍수 가능성이 높다. 서울은 물론 부산과 낙동강 주변도 휴스턴이나 뉴올리언스와 같은 홍수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늘 장마철에 홍수로 피해를 보지만, 이에 대한 조치는 항상 홍수가 발생한 뒤에 이뤄졌다.

하비는 미국인에게 많은 상처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를 남겼다. 우리 역시 변화하고 있는 환경과 위험 요소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우리에게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문화일보 7월 26일자 24면 6 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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