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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미숙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06일(水)
韓美日에서 美日+韓 구도로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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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미국의 지한파 인사들이 가장 듣기 거북해 하는 얘기는 구한말 맺어진 미·일 가쓰라-태프트 밀약과 한국전쟁 전야 애치슨 라인에 대한 것이다. 두 사건의 공통점은 한국은 까맣게 모르는 사이에 일본이 개입된 상태에서 한국의 운명이 좌지우지됐다는 점이다. 1905년 7월 가쓰라 다로(桂太郞) 일본 총리는 윌리엄 태프트 미 육군장관과 맺은 비밀협약에서 미국의 필리핀 통치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한반도에 대한 일본의 지배권을 인정받아 한반도 식민지화의 길을 열었다. 1950년 1월 딘 애치슨 미 국무장관은 극동 방위선을 그을 때 한국을 뺀 채 일본만 포함시켰다. 한국이 배제된 상태에서 미·일이 과도하게 밀착될 때 한국은 역사의 낙오자가 됐다는 게 과거의 교훈이다.

북핵 도발 국면에서 미·일 밀착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 때만 해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해결에 있어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8월 들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에 나서자 일본 쪽으로 돌아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북한의 ICBM 도발 및 6차 핵실험 국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밀착하며 일본 입장을 미국의 대북정책에 투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2차 ICBM 도발을 감행한 8월 29일과 30일, 그리고 북한의 6차 핵실험일인 지난 3일 트럼프 대통령과 두 차례 전화 통화를 하며 대북압박책을 논의했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1차 ICBM 도발 일주일 후인 8월 7일, 2차 ICBM 도발 때엔 사흘 후인 9월 1일, 북한의 6차 핵실험 때엔 하루가 지난 4일 통화했다. 그러나 대화의 밀도는 미·일에 못 미친다. 문-트럼프 통화가 의사 결정이 이뤄진 뒤 진행되는 억지 춘향식 대화라면 트럼프-아베 통화는 핵심 문제가 실질적으로 논의되는 대화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와의 통화 후 트위터에 “한국의 대북 정책이 너무 유화적”이라는 비판을 한 것을 보면, 미·일 정상의 관계는 뒷담화까지도 하는 친밀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말로는 한·미 공조를 얘기하고 있지만, 내심 대북 유화적인 문 정부를 빼고 미·일 담합으로 북핵 문제를 풀어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문 대통령은 북핵 문제의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했지만, 완전히 제3자로 밀려나 있는 양상이다.

문 정부는 출범 초 사드 배치 논란을 벌이며 트럼프 행정부와의 갈등을 자초했다. 사드에 대한 주저는 사드 반대론을 펴는 중국을 배려해 한·중 공조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로 읽히지만, 결국 사드는 조기 배치로 결정됐다. 이에 중국은 완전히 북한 편으로 돌아섰고, 당분간 관계가 개선될 기류는 난망하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아무리 미·일 정상이 개인적으로는 불편하다 해도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문 패싱’이 ‘코리아 패싱’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 문제 해결에 매달림으로써 결과적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 쳐놓은 한·중 과거사 연대 외교 덫에 빠지는 우를 범했다. 문 정부 인사들의 대일, 대중 정서도 박 정부와 유사한 듯하다.

북핵은 민족 생존과 국가 존망을 위협하는 위기인 만큼, 반일(反日)·친중(親中)적 과거사 외교에서 탈피해 북핵 해결을 위한 한·미·일 안보 연대 외교 틀을 짜야 한다. 문 정부가 박 정부 때 결정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유지키로 하고 위안부 합의도 일단 존중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그런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렇지만 여기에서 멈추면 안 된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공조 강화를 위해서도 아베 총리와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8월 말 서울에서 열린 제25차 한·일 포럼에서는 문 정부가 북핵 위기를 풀기 위해선 한·일 외교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왔다. 현재의 위협 앞에서 과거 갈등은 일단 덮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는 제언이다. 문 대통령이 국내의 지지 기반을 의식해 대북 유화 발언을 반복한다면 북핵 해법에서 한국은 배제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은 미·일 주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고착화할 경우 트럼프-아베의 밀착은 북핵 이후 한반도 미래를 결정하는 제2의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낳을 수도 있다. 악몽과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도 문 정부는 미·일과 긴밀한 안보 공조를 통해 북핵 해법을 마련해나가는 것 외엔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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