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공군 단독 東海 작전,‘군사적 코리아 패싱’ 아닌가

미 공군의 폭격기·전투기 편대가 지난 23일 심야에 동해(東海) 북방한계선(NLL) 북쪽의 공해상을 비행했다. 이런 사실이 공개된 것은 6·25전쟁 휴전 이후 처음이다. 군사분계선(DMZ)과 NLL을 넘어 원산 앞바다까지 진출했다고 한다.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전략폭격기 B-1B와 호위 전투기 F-15C 등이었다. 두 측면에서 중대한 시사점이 있다. 우선, 북한 김정은에 대한 무력시위의 차원이 바뀌었다. B-1B의 한반도 전개가 처음은 아니지만 북 도발에 대한 대응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도발 대응도 아니었고, 미군 당국이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리틀 로켓맨이 사방에 미사일을 쏘아대는 걸 가만둘 수 없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경고를 물리력으로 뒷받침한 것으로, 군사적 옵션이 단지 말에 그치는 건 아니란 점을 만천하에 과시한 셈이다.

다음으로, 그리고 더 심각한 문제로서 ‘군사적 코리아 패싱’ 조짐을 보여줬다. 이번 비행 작전에서 주목되는 것은 한국 공군의 호위 없이 단독으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B-1B는 일본 오키나와 가데나 공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던 미 전투기의 호위를 받아 NLL 북쪽 동해 상공으로 진출했다. 그뿐만 아니라 KC-135 급유기도 동원했다. 한국 공군이나 한반도 공군기지의 도움 없이 대북 작전을 전개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작전과 관련, 청와대는 한·미 간 충분한 협의가 있었고, 긴밀한 공조 아래 수행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송영무 국방장관은 지난 4일 국회에서 한국이 지난달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당시 미군 폭격기가 DMZ 인근으로 접근하지 않도록 미국 측에 요구한 바 있다고 밝혔다. 이번 미군의 단독 작전은 한·미 군사 공조에 불협화음이 발생하고 있거나, 이를 반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오히려 미국의 단독 작전을 편하게 해 줄 수도 있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를 서두르고 있다. 지금은 강력한 한·미 군사 공조로 김정은이 단 하루도 편하게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압박할 때다. 자칫 잘못해 ‘코리아 패싱’이 외교적 차원을 넘어 군사적 차원으로까지 번지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