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7.21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시론
[오피니언] 시론-박학용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7년 09월 29일(金)
기업 때리면 서민이 아프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박학용 논설위원

사람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 한다. 자신의 신념과 같은 정보는 수용하되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려 든다. ‘확증편향’이다. 사람은 자신의 신념·행동이 심리적으로 조화를 이루는 ‘균형상태’를 추구한다. 이 상태가 깨지면 불안해한다. 이를 해소하려 자신을 합리화하거나 신념이 다른 상대방과 차이점을 부각하며 제3자의 동조를 얻어내려 한다. ‘균형이론’이다.

난데없이 서두부터 오랜 심리학 이론을 끄집어낸 건 문재인 정부의 국정 추진 방식이 두 이론이 설명하는 현상을 빼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기업 관련 경제정책의 경우 특히 그렇다. 넉 달여 내내 퍼부어대는 ‘반기업·친노동’ 정책 폭탄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소상공인까지 아우성인데도 들은 척, 본 척도 않는다. 경제지표도 보고 싶은 것만 보며 정권이 내세운 정책을 정당화하려 한다. 지지율 하락이 두려워 재벌 대기업을 ‘공공의 적’으로 낙인찍은 뒤 ‘반재벌 연대’를 결집해 자기편으로 만든다.

진보든, 보수든 역대 정권은 ‘재벌·대기업 때리기’를 필승 병기로 애용했다. 양극화의 최대 희생자인 서민을 꾀는 데 반부자 정서 만 한 특효약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렇게 된 데는 재벌 책임도 크다. 정권유착, 황제경영, 불공정 갑질은 반기업 정서를 키우는 숙주다. 그렇더라도 현 정부의 재벌 때리기는 도가 지나쳐 ‘재벌 죽이기’ 수준이다.

요즘 기업 CEO나 임원을 만나면 몇몇 공통점이 발견된다. 우선, 넋이 나가 있다. 말수도 줄었다. “이대로 가도 나라 괜찮나요”하며 장탄식을 한다. 실적이 좋아도 자랑하려 들지 않는다. 언론 노출도 피한다. 말을 더 할라치면 “세상이 어지러울 땐 조용히 있는 게 상수다. 괜히 나댔다간 공정위·국세청 표적이 된다”고 손사래 친다. 그리고 일어나면서 한마디, “기업 못 해 먹겠다.”

당연히 기업 자체도 피멍이 들어 있다. ‘뭘 해야 할지’보다 ‘어떻게 막아야 할지’를 궁리하느라 급급하다. 한 분석에 따르면 ‘소득주도성장발 리스크’로 인한 추가 비용이 최대 78조 원이나 된다. 내년 예산의 18%에 달하는 액수다.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판결 등이 청구항목이다. 그렇잖아도 실적이 급격히 악화하는 터라 충격은 상상 이상이다. 최근 5년간 기업의 1인당 매출액 연평균 증가율은 -1.8%다. 1인당 영업익도 연평균 3.0%씩 줄었다. ‘고비용의 역습’은 이미 시작됐다. 8월 청년실업률은 18년 만에 최고다. 실업률에 물가상승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도 6년 만에 가장 높다. 문 정권의 지지층이면서 정책 수혜자로 꼽히는 서민·청년이 더 힘들어지고 있으니 아이러니다.

최근 기업인 사이에 “노무현 시절이 그립다”는 말이 유행한다. 노 정부 때도 재벌개혁 의지는 분명했다. 하지만 집권 초 ‘카드대란’ 전조에 지정학 리스크까지 겹치자 규제 완화를 통해 정책균형을 잡았다. ‘법인세 인하’도 전격 선언했다. 반면 문 정부는 대내외 여건이 훨씬 나빠졌는데도 강경책 일색이다. 세계 감세전쟁 속에 한·미 법인세 역전이 코앞인데도 법인세율을 올리려 한다. 친기업으로 경제를 살려내는 일본과도 정반대 길을 간다. 중국 공산당마저 건국 이후 처음으로 기업가정신을 공식 장려하고 나선 판국이다. 문 대통령과 핵심 측근은 ‘확증편향 중증’에 ‘균형이론 신봉자’임이 분명하다.

돌파구는 없는가. 문 정부가 확증편향에서 탈피해 역지사지하면 살길은 있다. 길은 둘이다. 과속 중인 ‘반시장·반자유’ 정책 속도를 확 줄여라. 한참 뒤떨어진 혁신성장 액셀은 세게 밟아라. 그런 면에서 사흘 전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 발언은 많은 아쉬움을 준다. 당장 시작해도 시원찮을 판에 이제야 개념 정립과 집행 전략을 지시하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한데, 대통령이 ‘공정경쟁으로 기업이 마음껏 뛰게 하는’ 혁신성장을 언급한 그날 사정기관장 모두를 불러모아 첫 반부패정책협의회도 주재했다. 이 두 장면을 동시에 본 기업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규제개혁과 노동개혁 없는 혁신성장은 말장난이다. 여야가 규제개혁의 상징인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규제프리존법만이라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하는 이유다. 지금 야당이 여당 때 찬성했고, 여당이 야당 때 반대한 법안이니 상대방 입장에서 잘 헤아려 문 정부 ‘제1·2호 협치 법안’으로 삼으면 어떨까.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 많이 본 기사 ]
▶ 피살된 카자흐 피겨영웅 차량의 백미러 도대체 얼마길래..
▶ “아빠 좀 보세요” 3살 꼬마가 영상통화로 뇌졸중 父 살려
▶ 방출위기서 ‘10억 러브콜’… 문선민 ‘인생역전’
▶ “조현우 현재 몸값 200억원”…AG결과 따라 폭등 가능성
▶ 손흥민, 토트넘과 재계약…2023년까지 뛴다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topnew_title
topnews_photo 정품은 약 50만원…카자흐에선 고급차종 백미러 도난 종종 발생카자흐스탄 피겨 영웅 테니스 텐의 승용차 백미러 가격에 새삼 관심이 쏠리고 있다.텐이 백미러를 훔치는 괴한 2명과 싸우다가 비참한 죽음을 맞았기 때..
ㄴ 카자흐 경찰, 데니스 텐 살해 용의자 2명 모두 검거
“조현우 현재 몸값 200억원”…AG결과 따라 폭등 가..
KTX 해고승무원들 12년만에 복직한다…“경력직 특..
산에서, 공사장에서, 밭에서…폭염 속 안타까운 죽..
line
special news 손흥민, 토트넘과 재계약…2023년까지 뛴다
토트넘 “손흥민, 개막전 뛰고 아시안게임 출전”손흥민(26)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재계약했..

line
檢, ‘사법농단’ 임종헌 자택 압수수색…양승태는 기..
추신수, 후반기에도 출루 행진…52경기 연속 출루
“계엄령문건 당시 기무사령관 이상으로 보고 이뤄..
photo_news
NASA, 화성 통째로 집어삼킨 모래폭풍 사진 ..
photo_news
호날두가 올린 사진 한장…메시 조롱 논란
line
[북리뷰]
illust
20세기 한국 정치 키워드는 ‘신파’였다
[인터넷 유머]
mark활명수 mark난센스 퀴즈
topnew_title
number 방출위기서 ‘10억 러브콜’… 문선민 ‘인생역..
보은 채석장서 포클레인 기사 바위에 깔려 ..
6·13 지방선거 끝난 지 한 달 넘도록 낙선 인..
브리티시오픈 7년 만에 ‘세계 1위 컷 탈락’…..
트럼프 또 NFL 비판…“무릎꿇으면 쫓아내고..
hot_photo
트럼프의 눈썹과 푸틴의 코…‘타..
hot_photo
21세기판 마타하리?…“러시아 女..
hot_photo
경찰·시민 힘합쳐 택시 ‘번쩍’…차..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