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가있으라 해… 돌아오니 친구 죽어있었다”

‘어금니 아빠’ 딸 경찰 진술
李씨 오늘 현장 검증 검토
“계부, 총기 동원 아내 성폭행”

여중생 살해 및 시신 유기 혐의를 받고 있는 ‘어금니 아빠’ 이모(35) 씨의 딸(14)이 아버지의 범행을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하면서 수사에 탄력이 붙고 있다.

10일 서울 중랑경찰서에 따르면, 이 씨의 딸은 전날 경찰 조사에서 “아빠가 나가 있으라고 해서 노래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는데 친구가 죽어 있었다”며 “아빠는 ‘내가 수면제를 먹였다’고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경찰은 이 진술과 이 씨 딸 친구(14)의 시신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를 토대로 이 씨가 피해 여중생을 살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5일 이 씨와 함께 검거할 당시 수면제를 과다 복용했던 이 씨 딸의 건강 상태가 온전하지 않아 9일 오후 병원에서 1차 조사를 했으며, 저녁에 재차 조사한 결과 이러한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여중생 시신 부검 결과 끈과 같은 도구에 목이 졸려 숨진 타살 정황이 발견된 바 있다. 경찰은 다만 이 씨 딸의 심신이 온전한 상태가 아닌 만큼 진술의 일관성과 신빙성이 완벽하지 않다고 보고, 이날 추가 조사를 할 방침이다.

중랑경찰서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구속 중인 이 씨를 다시 불러 조사했다. 이 씨는 ‘살해 혐의를 인정하나’ ‘피해자를 왜 불렀나’ ‘피해자와 단둘이 있었던 게 맞나’ ‘건강은 어떤가’ 등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들어갈게요”라고만 답했다. 경찰은 이날 중 이 씨를 시신 유기 현장에 데려가 현장 검증을 실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원 영월경찰서 관계자는 “중랑경찰서로부터 오늘 이 씨 딸 친구(14)의 시신 유기 장소에서 현장 검증을 할 계획이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씨 부인이 성폭행을 당했다며 이 씨 계부(59)를 고소했던 사건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월경찰서가 이날 계부에게 소환 통보를 했고, ‘계부가 아내를 성폭행하는 과정에서 총기가 동원됐다’는 고소장 내용에 따라 이 씨 계부의 총기도 압수된 상태다. 이 씨는 지난달 13일 문화일보 취재진에게 “계부는 소유한 총기로 내 아내를 위협해 가학적으로 성폭행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현아·이희권·조재연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