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인재진의 자라섬 재즈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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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꾹 참자, 안 되면 말고.’ 걸출한 공연기획자로, 경기 가평군의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총감독인 인재진(52) 호원대 공연미디어학부 교수의 좌우명이다. ‘많은 사람이 하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신조라고도 하는 그는 “뭐든지 인내하면서 오래 하면 잘할 수 있고, 꼭 잘하진 못하더라도 변주할 수 있는 다른 길이 보이게 마련”이라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어려워도 한길로만 가다 보면 없던 길이 열린다. 인생도 즉흥 연주로 놀라운 곡이 만들어지는 재즈처럼 살아볼 일”이라고도 부연한다.

그가 재즈 마니아가 된 배경의 뿌리는 초등학생 때에 충남 당진의 집 앞산 너머로 붉게 물든 저녁노을이었다. 누군가가 부는 트럼펫 소리가 노을에 번져가는 듯한 광경에 감동한 그는 나팔 부는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다. 영어를 잘하고 좋아해서 고려대 영문과에 진학한 뒤 밴드부에 들어갔으나 자신이 연주를 잘하긴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평생 동안 음악 관련 일을 하며 살겠다고 작정한 그는 친구들과 함께 1993년에 회사를 만들어 어렵사리 운영하던 중에, 재즈 장르가 널리 알려졌는데도 막상 연주자와 애호가를 잇는 일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이게 내가 할 일”이라고 다짐한 그는 서울 동숭동의 폐업 직전인 공연장을 빌려, 좋아하는 과일 이름을 붙인 재즈 전문 공연장 딸기극장을 열었다. 어느 강연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이 재즈 페스티벌 개최라고 한 그의 말을 들은 수강생이 전화를 걸어와 가평 자라섬에서 그럴 수 없겠냐고 물어왔고, 그것이 2004년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창설로 이어졌다.

당시 자라섬은 수풀이 우거진 황무지로, 비가 많이 오면 물에 잠겼다. 하지만 그의 눈엔 감싸고 흐르는 북한강도, 둘러싼 산도 아름답고 고즈넉했다. 그래서 가평군 제안을 받아들여 정비하고 가꾸었다. 첫해부터 지난해까지 그로 인한 직간접적 경제 효과의 누적이 3061억 원이다. 고용 창출도 2300여 명에 이른다. 인재진이 전력투구해 아시아를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로 키웠기 때문이다. 14회째인 올해 축제가 오는 20~22일 열린다. 김성기 군수도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을 자라섬에서 실감한다”며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가 되도록 힘을 더 쏟겠다”고 한다. 세계적인 재즈 뮤지션들을 불러모은 인재진의 역량을 믿기 때문일 것임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