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찰 노조는 물론 前단계 직장協도 도입할 여건 아니다

경찰이 노동조합 전(前) 단계인 직장협의회 도입에 호응하고 나선 것은 현실을 도외시한 처사다. 경찰청은 19일 기관장이 총경 이상인 경찰관서의 경감 이하 경찰관으로 구성되는 직장협(協)을 만들라는 경찰개혁위원회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경찰관과 소방 공무원은 가입을 금지한 현행 ‘공무원직장협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이 여당 의원 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만큼 그 통과를 위해 행정자치부와 협력해 적극 나서겠다는 것이다.

직장협은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 이익단체다. 전체 경찰 11만5000명 중 수사관 등을 제외한 9만2000명이 가입 대상이다. 집단의 힘을 앞세운 직장협과 지휘부 ‘협의’ 과정에 갈등이 빈발할 것이다. 지휘체계 혼란과 치안 불안으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정치성을 띤 단체로 빗나갈 개연성도 다분하다. 지난 2월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행자부 차관이 “경찰청과 국민안전처가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행자부에 제출한 상태”라며 확인한 이유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라고 해서 정부가 몇 달 만에 입장을 뒤집어선 안 된다.

경찰개혁위는 “경찰관에게 헌신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며 “국민 공감을 얻고 여건이 무르익을 경우 노조 설립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고도 권유했다. 하지만, 경찰관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요구 통로·수단은 지금도 있다. 경찰 노조는 물론 직장협 구성도 시기상조다. 노조까지 있는 일부 외국과는 관련 제도·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