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景氣 친화적 정책 병행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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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前 한국금융연구원장

가계부채·자영업·부동산 문제는 서로 연결돼 있고 가히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부를 만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가계부채종합대책에 따르면 1388조 원에 이르는 가계부채 중에서 가계대출은 1313조 원이고, 판매신용이 75조 원이다. 그리고 가계대출의 57%인 약 744조 원이 주택담보대출이다. 부동산과 가계대출이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빚 있는 자영업자가 약 160만 명이고 부채 총액은 521조 원, 1인당 평균대출금액은 3억2000만 원이나 된다. 부채가 연간소득의 약 7.5배나 된다. 이들 중 129만 명이 가계부채와 개인사업자 대출을 동시에 보유하고 있고, 두 가지 대출을 모두 합친 금액은 440조 원에 이른다. 정부는 자영업자를 생계형·일반형·투자형·기업형의 4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들 중 ‘대출금액 3억 원 이하 연소득 3000만 원 이하’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생계형으로 분류되는 숫자가 48만4000명으로 30.2%나 된다. 자영업자들의 영세성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번 정부 대책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유도하고 차주별 맞춤형 지원정책을 시행하며 서민금융상담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는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정부는 부채 연착륙을 위해 부채 증가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내년 초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 지표, 그리고 내년 하반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지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 두 지표 모두 특정 차주에 대한 대출 가능액을 산정할 때 이자 액수만이 아닌 원리금을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신DTI 도입의 효과를 보기 위해 간단한 예를 들어 보자. 연소득 5000만 원인 차주가 금리 3%, 10년 분할상환조건의 대출 1억 원을 이미 보유한 상황에서 추가로 대출을 신청한 경우를 가정하자. 신DTI를 적용하면(DTI 비율 30%, 만기 30년, 금리 3.5% 가정) 추가가능액수는 9500만 원이 돼 대출 가능액수가 1억5500만 원가량이나 줄어든다.

그 외에도 정부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를 현행 6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보증기관 보증비율을 90%에서 80%로 추가 축소하는 방안도 포함시켰다. 또한, 자영업 대출에 있어 소득 신용등급 외에 업황이나 상권 특성까지 고려해 여신심사를 하도록 하는 등의 조치도 포함돼서 자영업 대출도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방대한 내용이 이번 대책에 포함돼 있고 다양한 지원 방안도 제시되고는 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은 제한되고 결국 부동산 분야로 유입되는 자금은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안에서 SOC 부문 예산을 10% 정도나 줄였는데 다시 건설 분야로의 자금 유입을 줄이게 되는 셈이다. 이 경우 건설 경기(景氣)는 상당 부분 부진해지면서 경기 부양에 악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들 분야는 상대적으로 고용 효과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고용 증대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또한, 이번 조치로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될 수도 있는데 가계자산의 70%가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가계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도 있다.

반도체 착시 현상으로 인해 전통적 산업의 어려움이 드러나 보이지는 않고 있으나 지금 우리 경제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조치와 함께 보다 경기 친화적 정책도 동시에 고려돼 내년도 경기가 순항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